삐삐를 탄생시킨 자유로운 영혼, 온라인 슬롯

(1969) 스틸컷 / 출처. IMDb">

선생님: 온라인 슬롯, 네 이름을 적어볼래?

온라인 슬롯: 물론이죠! 하지만 제가 쓸 수 있는 전부를 쓰려면 이 칠판으로는 모자랄 거예요. 제 이름은 Pippilotta Delicatessa Windowshade Mackrelmint Efraim's Daughter Longstocking이거든요.

선생님은 깜짝 놀랐지만, 온라인 슬롯는 이름이 길어서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러고는 정말로 칠판에 이름을 쓰기 시작합니다! 😄

- 『온라인 슬롯 롱스타킹』(원제: Pippi Longstocking) 중에서

부러진 다리 때문에 작가가 되다

그림책 주인공의 이름을 '77글자’로 만들어 놓은 괴짜 작가는 스웨덴의 아스트리드 온라인 슬롯(Astrid Lindgren, 1907. 11. 14~2002. 1. 28)이다. 온라인 슬롯은 스웨덴의 20크로나 지폐에도 새겨질 정도로 스웨덴 문학과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20크로나 지폐의 뒷면은 온라인 슬롯의 대표작인 『삐삐 롱스타킹(Pippi Longstocking)』의 배경이 된 스웨덴 스몰랜드(Småland)의 풍경이 포함되어 있다. 이 지역은 그녀가 태어난 곳으로, 그녀의 많은 작품에 영감을 준 장소이기도 하다.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에 가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놓았는데 그 공간의 이름도 스몰랜드인 것을 보면, 온라인 슬롯이 스웨덴 사람의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온라인 슬롯은 1944년 겨울, 미끄러운 길에서 넘어져 다리를 다치게 되는데 이 다리 부상 사건은 그녀를 작가로 이끌었다. 침대에서 쉬면서 『삐삐 롱스타킹』의 첫 원고를 집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출판사에 처음 보낸 『삐삐 롱스타킹』 원고는 줄지어 거절당했다. 당시 출판사들은 독특하고, 자유분방한, 전통적인 여자아이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주인공 삐삐를 보며 어린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온라인 슬롯은 포기하지 않고 다른 출판사에 원고를 제출했고, 『삐삐 롱스타킹』은 곧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전직 스파이에서 불륜의 미혼모가 되기까지

온라인 슬롯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스웨덴 정부의 정보부에서 비밀리에 적군의 편지와 통신 내용을 분석하고 요약하는 일을 맡았다. 이 경험은 이후 그녀의 글에서 인물의 심리와 사회적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데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 슬롯의 젊은 시절은 사랑과 고통으로 뒤섞여 있다. 온라인 슬롯은 18세가 되던 해, 같은 비메르뷔 마을의 신문사 편집장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는 이미 자녀가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이 관계는 당시 엄격한 스웨덴 사회에서 큰 스캔들로 여겨졌다. 독실한 종교를 가졌던 온라인 슬롯의 집안에서도 강하게 반대했지만, 결국 온라인 슬롯은 아들 라르스(Lars)를 낳아 미혼모가 됐다. 당시 스웨덴에서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심각했기에, 온라인 슬롯은 아들을 덴마크의 한 가정에 맡기고 고군분투하며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현재에도 미혼모인 유명인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가십과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들은 종종 사회적 낙인의 대상이 된다. 또한 동정 어린 시선과 비난의 목소리가 뒤섞인 반응 속에서 그들 개인의 삶이 소비되곤 한다.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고 자신의 고유한 목소리를 그림책에 담아낸 온라인 슬롯의 삶은, 그녀의 문학적 업적과 함께 끊임없이 재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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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근한 옆집 할머니처럼 정겹게 웃고 있는 온라인 슬롯의 사진을 마주했을 때는, 빵 냄새가 피어오르는 스웨덴 전통 가옥에서 앞치마를 입고 나오는 그녀를 상상했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얼마나 험난하고 다채로운 삶을 살았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온라인 슬롯의 주름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희로애락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그녀의 그림책에 고스란히 녹아있으리라.

모든 그림책 작가들의 염원인 온라인 슬롯 상

온라인 슬롯은 20세기 어린이 문학의 거장이자,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작가였다. 그녀의 작품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 자유분방하고, 사회적 편견을 뛰어넘는 진취적인 독창성을 지녔다. 2002년 온라인 슬롯이 세상을 떠난 후 스웨덴 정부는 그녀의 문학적 유산을 기리고, 세계 어린이 문학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추모 문학상을 제정했다. '아스트리드 온라인 슬롯 추모 문학상(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 ALMA)'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 문학상이다. 상금은 약 500만 크로나, 한화로 약 6억원으로 어린이 문학상 중 가장 높은 금액으로 알려져 있다.

이 상은 개별 작품이 아닌 작가의 전체적인 업적과 영향을 평가해 수여한다는 점에서, 다른 문학상과 차별화된 특징을 지닌다. 온라인 슬롯에서는 2020년에 작가가 이 상을 받았다.

온라인 슬롯은 그녀의 작품과 문화적 영향력을 통해 다양한 배경과 환경, 가치관을 지닌 전 세계 작가들에게, 삐삐의 자유분방한 정신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장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삐삐 롱스타킹』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사회적 편견에 굴복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빛을 발한다.

온라인 슬롯은 자신이 추구하는 정신을 '삐삐 롱스타킹'이라는 캐릭터에 투영하며, 전 세계에 만연한 불평등과 부조리한 관습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의 삶과 작품은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더욱 독창적인 방식으로 이를 표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림책 작가들에게 문학적 영감과 귀감이 되고 있다.

토미: 온라인 슬롯, 왜 양말을 다르게 신는 거야?

온라인 슬롯: 글쎄, 똑같이 신는 게 더 이상하지 않니? 왜 굳이 같은 색일 필요가 있어?
세상은 이미 알록달록한데, 왜 내 양말만 똑같아야 하겠어?”

- 『온라인 슬롯 롱스타킹』(원제: Pippi Longstocking) 중에서

한 번쯤은 세상을 독창적이고 기발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통찰할 수 있는 자세가 절실한 때이다. 모든 독자들에게 미소와 깨달음을 전하며 삶을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는 뛰어난 수상 작가가 한국에서 다시 온라인 슬롯하기를 기대해 본다.

박효진 길리북스 대표

[백희나 작가 '아스트리드 온라인 슬롯 추모 문학상' 수상 인터뷰 / 채널.
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