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슬롯 없이 숨도 못 쉰다"…여자 위해 '이것'까지 한 남자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그 남자가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여자에게 보낸 편지는 1000통. 그녀를 그린 온라인 슬롯은 500장을 넘었습니다.미술 역사를 통틀어 이렇게까지 많이 그려진 여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남자에게 그녀는 그야말로 세상의 빛. 남자는 편지에 이렇게 썼습니다.“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 없이 살아온 내 마음을 온라인 슬롯이 가득 채워줍니다. 온라인 슬롯은 내 삶이고 영혼입니다.”

그럴 만도 했습니다. 남자는 두 살 때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잃었습니다. 세상에 홀로 남은 것 같던 그가 그녀를 만난 건 열일곱살 때. 이후 그녀는 항상 남자의 곁을 지켰습니다. 세 아이를 낳고, 기르고, 집과 재산을 관리하고, 전시회를 비롯한 온갖 업무를 도우면서요.그녀의 도움이 없었다면 남자가 ‘국민 화가’의 자리에 올라 세계적인 스타가 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그래서 남자는 편지에 썼습니다. “내가 하는 일은 오직 두 가지입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것과 온라인 슬롯을 그리는 것. 그 두 가지면 충분합니다.”

인상주의의 아버지인 모네가 ‘빛의 거장’이라고 불렀던 남자의 이름은호아킨 온라인 슬롯(1863~1923). ‘피카소 이전 가장 유명한 스페인 화가’로 불렸던 스타 화가였습니다. 비록 어둠 속에서 시작했지만 그의 삶은 빛으로 가득 찬 여정이었습니다. 그를 비춘 빛, 그가 그린 빛에 관한 이야기.

이모 부부가 비춘 구원의 빛

온라인 슬롯는 1863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부모님은 시장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검소하지만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슬롯가 불과 두 살 때 불행이 닥칩니다.1865년 스페인 전역을 휩쓴 콜레라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불과 3일 후 아버지도 목숨을 잃은 겁니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스페인 길거리는 온라인 슬롯처럼 부모님을 잃은 고아가 넘쳐났다고 합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고아원이나 빈민 보호소에 보내졌습니다. 대부분 환경이 매우 나빴고, 사망률도 높았습니다. 운이 좋아 살아남는다고 해도, 거리에서 구걸하는 앵벌이 아동이 되는 등 착취를 당하기 십상이었습니다. 돈 많은 친척이 있는 극소수의 아이들만이 좋은 집에 입양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지요. 온라인 슬롯와 여동생에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슬롯에게는 천사같은 이모와 이모부가 있었습니다.이모 부부는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슬롯와 여동생을 거둬들였습니다. 그리고 친자식처럼 사랑하며 키웠지요. 틈만 나면 온라인 슬롯가 낙서를 끼적이는 걸 보고 그의 미술 재능을 발견한 것도 이모부였습니다. 이모 부부는 온라인 슬롯에게 일을 시키는 대신 그를 발렌시아 예술학교에 진학시켰습니다. “이모, 이모부, 정말 제가 미술 학교에 다녀도 되는 건가요? 일을 도와드려야 하는데….” “그래.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그게 은혜를 갚는 길이야. 하하.” 이모 부부는 자칫하면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질 수 있었던 온라인 슬롯의 삶에 빛을 비춘 사람들이었습니다.

미술사에 남은 수많은 천재와 비교해보면, 온라인 슬롯는 특출난 천재까지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미술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이모 부부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는 길은 오직 미술뿐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온 힘을 다해 그림을 공부했습니다. 덕분에 그의 그림 실력은 그야말로 일취월장했습니다. 열다섯 살의 나이로 예술학교에 입학한 그해, 차석으로 졸업할 정도로요.

겸손한 자세로 성실하게 노력하는 재능 있는 젊은이를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주변의 어른들은 그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줬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던 사진작가 가르시아 페리스가 그를 조수로 고용해 물감을 살 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준 게 대표적입니다.사진이란 빛으로 그린 그림. 가르시아의 작업을 도우며 온라인 슬롯는 그림에서 빛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눈을 뜰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슬롯가 평생의 사랑을 만난 것도 이때였습니다.그는 가르시아의 아름다운 셋째 딸 클로틸데와 만나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두 온라인 슬롯은 약혼하게 됩니다.

사랑의 빛으로 감싼, 클로틸데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은 온라인 슬롯에게 클로틸데는 마음의 안식처가 돼 줬습니다. 클로틸데는 온라인 슬롯보다 두 살 어렸지만 속이 깊고 현명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녀 덕분에 안정을 찾은 온라인 슬롯는 거침없이 나아갔습니다. 스물한 살 때 스페인 독립전쟁을 그린 그림으로 스페인 미술전에 2위로 입상한 그는, 유럽 미술의 근원인 이탈리아 로마로 유학을 갈 기회를 얻었습니다.

클로틸데의 곁을 잠시 떠난 탓이었을까요. 로마에서 그는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성공해서 돌아가겠다”며 자신의 개성을 버리고 당시 으레 유행하던 역사·종교 주제의 그림에 손을 댄 겁니다. 유학 3년차에 온라인 슬롯가 야심차게 그린 작품은 “특색이 없다”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수치심에 사로잡힌 그는 자신의 그림을 지하실에 넣은 뒤 도망치듯 클로틸데의 곁에 돌아갔습니다. 훗날 그는 회상했습니다. “끔찍한 일이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었고,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런 그에게 클로틸데가 또다시 구원의 빛을 비춰 줬습니다. 스물다섯 살의 나이로 결혼식을 올린 온라인 슬롯는 아내를 그리며 새출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책을 읽고, 창밖을 바라보고, 길을 걷고, 흔들의자에 앉아 의자를 흔들며 웃는 클로틸데를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며 온라인 슬롯의 마음과 예술은 단단해져 갔습니다. 이때까지 배웠던 그림 기술, 학생 시절 장인의 작업실에서 배운 사진, 로마에서 숱하게 본 고전 명작, 파리로 여행을 갔을 때 접한 인상주의와 이를 받아들인 북유럽 화가들의 화풍…. 온라인 슬롯의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던 그 모든 것들은, 아내를 그리며 하나의 문장이 되어 갔습니다.“빛을 그리자.”

그렇게 온라인 슬롯는 빛을 그리는 자신만의 ‘루미니즘’(Luminism)화풍을 정립했습니다. 야외에서 직접 보고 그리는 밝고 강렬한 자연의 빛. 빛을 그린다는 점에서는 인상주의와 같지만 그보다 더 정교하고 강렬한, 프랑스보다 강렬한 스페인의 빛. 그 극적인 빛과 온라인 슬롯자의 대비를 보여주는 화풍이었습니다.

클로틸데가 없었더라면 온라인 슬롯의 인생과 예술적 성취는 불가능했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온라인 슬롯 자신부터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평생 아내에게 보낸 1000통 넘는 편지 중 하나에서 온라인 슬롯는 적었습니다. “내 모든 사랑은 당신에게 가 있어요. 당신은 나의 몸이고, 두뇌이며, 생명이고, 영원한 이상입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오늘날 나의 모든 것들은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온라인 슬롯에 담은 빛, 세상을 밝히다

달이 태양의 빛을 반사해 빛나듯, 온라인 슬롯는 자신이 세상의 빛을 받아 이를 캔버스에 표현하는 존재라고 느꼈습니다. 온라인 슬롯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온라인 슬롯을 그리는 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입니다. 아, 제가 말실수를 했군요. 방금 한 말은 잊어 주세요. 진짜로 아름다운 건 자연이고, 이 세상입니다.”

그래서 온라인 슬롯는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찾아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는 풍경화는 물론 초상화를 비롯해 가능한 모든 그림을 야외에서 직접 보고 그렸습니다. 쏟아지는 태양 아래 해변에서 일하는 어부, 뛰노는 아이들, 그 뒤로 일렁이는 파도에 그는 빛을 가득 담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 있는 유화물감에는 해변의 모래알이 섞여 있을 때가 많습니다. 해변에서 모래바람을 맞으며 그렸기 때문입니다.

밝고 아름다운 온라인 슬롯의 그림은 곧바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스페인 국내에서 열린 미술전은 물론 해외에서도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서양미술의 중심지인 파리에서 열린 1900년 만국박람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이듬해 프랑스 정부에 최고 등급 훈장을 받은 건 엄청난 영예였습니다. 프랑스 언론인 앙리 로슈포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온라인 슬롯는 위대한 화가다. 프랑스인인 우리에게는 불행하게도, 그는 프랑스 출신이 아니다. 이전에 어떤 화가가 붓에 이토록 많은 태양 빛을 담았던가. 정말 놀랍고 경이롭고 아름답다.” 인상주의의 아버지인클로드 모네도 말했습니다. “그는 빛의 거장이다.”

온라인 슬롯의 성공은 미국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뉴욕에서 그의 전시가 열리자 매서운 추위와 눈보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 밖에는 뉴요커들의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관람 시간이 오전 열 시부터 오후 열 시까지로 넉넉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개관 시간을 밤 열한 시까지로 연장할 정도였습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가 온라인 슬롯에게 초상화를 의뢰하기도 했습니다. 부와 명예를 얻은 온라인 슬롯에게 더이상 부러울 것은 없어 보였습니다.그는 은혜를 잊지 않고 어린 시절 자신을 거두고 키워준 이모 부부를 비롯해 자신을 도와준 이들에게도 넉넉히 보답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온라인 슬롯의 건강은 계속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1900년대 초반 온라인 슬롯의 나이는 아직 40대 초반에 불과했지만,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오랜 세월 상습적으로 과로한 탓에 그의 몸에는 피로가 쌓일 대로 쌓인 상태였습니다. 온라인 슬롯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대목이 자주 나옵니다. “어젯밤 너무 피곤해서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 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몸의 통증은 신이 나에게 보내는 경고입니다. 가장 힘든 건 당신,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다는 거예요.”하지만 온라인 슬롯는 언제나 다시 도구를 챙겨 밖으로 나가곤 했습니다. 그게 온라인 슬롯가 살아온 방식이었으니까요.

스페인 각 지역의 풍경과 풍습을 담은 열네 점의 대규모 벽화 ‘스페인 연작’을 그리는 과정에서 그의 건강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나빠졌습니다. 손이 떨려 붓을 잡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작업은 계속됐습니다. 젊은 시절 자신이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틈틈이 어린 화가들을 키우는 데도 힘썼습니다. 마드리드의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서 강의할 때 한 학생은 온라인 슬롯의 수업에 대해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온라인 슬롯는 첫 강의를 시작하자마자 교실 창문을 모두 열게 시켰습니다. 며칠 뒤 학교에 있는 모든 창문이 열렸고, 인공조명이 사라졌습니다. 대신 햇빛이 학교 전체에 쏟아졌습니다. 그때서야 우리는 빛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슬롯가 남긴 빛

1920년 6월 17일, 57세의 온라인 슬롯는 늘 그래왔듯 정원에서 아내의 얼굴을 그리는 데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몸이 한 순간 기우뚱 기울어졌고, 이내 빳빳하게 굳어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뇌졸중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누적된 피로가 그의 몸을 망친 겁니다. 쓰러진 직후에도 그는 붓을 놓지 않으려 했습니다. “나는 계속 그려야 해….” 하지만 아내와 자녀들의 헌신적인 간호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내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3년 후, 온라인 슬롯는 그렇게 불과 6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클로틸데와 자녀들은 온라인 슬롯의 집과 작품을 국가에 기증해 온라인 슬롯 미술관을 세웠습니다.

생전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슬롯라는 이름은 대중에게 금세 잊혔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직후 현대미술이 대세가 됐기 때문입니다.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등 다른 스페인 출신 천재 현대미술가들이 새롭고 충격적인 작품을 발표하면서, 밝고 편안한 온라인 슬롯의 그림은 구식 취급을 받게 됐습니다. 그리고 100년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온라인 슬롯의 그림 속 바다에서 뛰놀던 아이들도 그사이 노인이 돼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슬롯가 그린 빛은 여전히 반짝입니다. 그가 캔버스에 담아낸 햇살, 아이들의 웃음소리, 파도 소리는 지금도 생생합니다. 최근 들어 사람들은 다시 온라인 슬롯의 그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삶의 순간순간에 스며드는 빛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어둠 속에서도 늘 빛을 찾아내 감사할 줄 알았던 온라인 슬롯. 앞날을 알 수 없는 불안의 시대, 그의 작품이 다시 주목받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회화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유진 들라크루아)는 말처럼 그의 작품은 보는 이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림 기술이 탁월해서만은 아닙니다. 온라인 슬롯의 작품 속에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받은 사랑이 따뜻한 빛으로 표현돼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이렇게 표현하곤 합니다.“삶을 기념하는 황홀한 축제”(텔레그래프)라고.

행복한 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번 기사는 바다, 바닷가에서(호아킨 온라인 슬롯 지음), Joaquin Sorolla(Blanca Pons-Sorolla 지음), Como cambiar tu vida con Sorolla(Cesar Suarez 지음) 등을 참조해 작성했습니다.

<그때 그 온라인 슬롯은 미술 담당 기자가 미술사의 거장들과 고고학, 역사 등을 심도 있게 조명하는 연재물입니다. 매주 토요일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옵니다.네이버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미술 소식과 지금 열리는 전시에 대한 평가, 심층 분석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 구독 중인 6만여명의 독자와 함께 아름다운 작품과 이야기를 만나보세요.앞서 다뤘던 화가들의 이야기와 아름다운 온라인 슬롯들은 두 권의 책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과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을 통해 곁에 두고 즐길 수도 있습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