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업권별 9개 금융협회가 정리 대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슬롯사이트) 사업장의 세부 정보를 일괄 제공하는 ‘슬롯사이트 정보공개 플랫폼’을 구축했다. 플랫폼에 공개된 195개 매물 가운데 5회 이상 유찰된 물건이 23건에 달하는 등 악성 매물이 여전히 많이 쌓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과 9개 금융협회 등은 23일 서울 공덕동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전 금융권 슬롯사이트 사업장 합동 매각 설명회를 열었다. 슬롯사이트 정보공개 플랫폼과 관련한 설명회도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5월 슬롯사이트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개편하고 부실 등급 사업장을 경·공매 등을 통해 정리하도록 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경·공매 대상 사업장은 작년 6월 말 기준 12조5000억원 규모로, 금융권 전체 슬롯사이트 익스포저(216조원)의 6%가량이다.
부실 등급 사업장에 대출이 있는 슬롯사이트회사들은 당국에 정리 계획을 내고 지난해 9월부터 경·공매에 들어갔다. 그러나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정리 속도가 둔화하는 추세다.
경·공매로 정리된 물량은 작년 9월 말 기준 1조2000억원 규모였으며 10월에도 1조2000억원이 추가됐다. 하지만 11월 5000억원, 12월은 16일까지 6000억원으로 증가폭이 줄어들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속도가 다소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나 다시 한번 정리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며 “매도자와 매수자를 긴밀히 연결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매매가 활성화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슬롯사이트 정보공개 플랫폼은 업권별 금융협회 홈페이지에서 이용할 수 있다. 금융회사가 매각을 추진하는 모든 슬롯사이트 사업장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사업장 주소와 면적 등 일반 정보, 감정가액, 경·공매 진행 경과 인허가 여부, 담당자 연락처 등을 공시한다. 이날은 일정 미확정 사업장을 제외한 195개 사업장(3조1000억원 규모)이 우선 공개됐다.
슬롯사이트에 등록된 매물을 보면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부실 매물이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화성의 한 상가 개발 사업장은 이미 14회 유찰됐다. 첫 공매(2022년 8월) 당시 최저입찰가가 132억원이었는데. 최근 14차 공매(작년 12월)에는 가격이 38억원까지 내려갔다. 부동산 호황기에 사업성을 너무 높게 평가했다가 돈이 묶여버린 사례로 꼽힌다. 경기 김포의 한 물류센터 개발 사업장은 11회 유찰되면서 최저입찰가가 1112억원에서 423억원으로 내려갔다. 서울 논현동의 근린생활시설 사업도 8회 유찰로 입찰가가 3129억원에서 2250억원으로 깎였다.
금융당국은 금융사에 부실 사업장 정리 계획을 제출한 이후 6개월 동안 매달 1회 이상 경·공매에 올리고, 매번 입찰가를 10%씩 내리도록 했다.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한 매수 희망자가 관망하는 사례가 많아 악성 슬롯사이트 해소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금감원은 이번 플랫폼이 기존에 비해 매물 검색이 쉽고 제공 정보가 많다는 것을 강점으로 제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보공개 플랫폼을 통해 슬롯사이트 사업장이 당초 계획대로 원활히 정리될 경우 3월 말까지 7조4000억원 규모가 정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