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있는 바카라 꽁 머니 홀을 지난 34년 만에 다시 찾았다. 1991년 12월 24일 바카라 꽁 머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9번 연주 이후 강산이 세 번 변한 뒤에 이곳에 다시 오게 돼 가벼운 설렘과 흥분이 몸을 감싸고 있었다.

1991년에는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의 독창자로 카라얀이 아끼던 소프라노 헬렌 도나스가 참여해 훌륭한 고음과 가창으로 불러냈던 것을 기억한다. 1926년 10월에 신교향악단이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바카라 꽁 머니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N향'으로도 불리는데 내년으로 교향악단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올해 바카라 꽁 머니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1월 18~19일 새해 첫 음악회로 러시아 북오세티야 출신의 세계적 명성의 지휘자 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를 골랐다. 1975년 소비에트 러시아 시대에 세상을 떠난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서거 50주기를 기념하는 콘서트였다. 세상을 떠난 지 50년밖에 안되다 보니 '쇼스타코비치가 새삼 우리 시대와 가까웠던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투간 소키예프와 바카라 꽁 머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1월 19일 공연 / 사진. ©바카라 꽁 머니SO
투간 소키예프와 바카라 꽁 머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1월 19일 공연 / 사진. ©바카라 꽁 머니SO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위대한 지휘 교수였던 일리야 무신의 마지막 제자 투간 바카라 꽁 머니는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북오세티야 동향 출신. 쇼스타코비치의 가장 긴 80분짜리 대곡을 더욱 길게 연주했다.

1악장 알레그레토. 쇼스타코비치가 처음 작곡했을 때 ‘전쟁’이라고 써놓았던 악장이다. 먼 곳에서부터 들려오며 점점 가까워지는 작은 북소리는 독일군의 진격을 알리는데 퍼커션 주자의 거리감과 속도감이 매우 적확하고 뛰어났다. 목관이 가세하며 점점 작은 북소리는 거세어지면서 독일군의 파상공격과 군대 병사들의 진격이 오케스트라 투티를 통해 입체적으로 묘사되었다. 그런데 바카라 꽁 머니는 기대했던 폭발적인 폭탄 같은 사운드 대신 좀 더 점잖은 사운드로 지휘를 해냈다.

1악장이 거대하게 마무리되고 이제 2악장 ‘회상’ 그리고 3악장까지 독일 나치 군대가 레닌그라드를 에워싸고 함락시키려고 900일 동안 펼친 전투 또는 공방전이 고통스럽게 표현되어 있는데 이 모습이 애잔하다 보니 서정적이고 몽환적으로 들리기도 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시 처절했던 레닌그라드 시민들의 항전과 고통을 다루고 있지만 내겐 현재 치러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바카라 꽁 머니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투간 소키예프와 바카라 꽁 머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1월 19일 공연 / 사진. ©바카라 꽁 머니SO
투간 소키예프와 바카라 꽁 머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1월 19일 공연 / 사진. ©바카라 꽁 머니SO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자, 투간 바카라 꽁 머니는 전력을 다하던 모스크바 볼쇼이 오페라 극장과 프랑스 툴루즈 국립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직을 동시에 내려놓았다. 그는 러시아 출신으로서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데 따른 반감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아프지만 현명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또한, 세계적인 두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 자리에서 물러나며, 이번 바카라 꽁 머니에 대한 자신의 반대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런 그이기에 이 곡을 연주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장의 현실을 2악장과 3악장의 찬찬하고 느릿한 템포로 연주하면서 고통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필을 오랫동안 이끌었던 지휘자 유리 테미르카노프의 유산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4악장에서는 바카라 꽁 머니 심포니 오케스트라 솔리스트들의 눈부신 활약과 불을 뿜는 투티 총주가 어우러지며, 마치 독일군을 물리치고 승리를 쟁취하는 듯한 결말을 선보였다. 공연이 끝나자 뜨거운 갈채가 쏟아졌고, 특히 솔리스트들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파도처럼 거대한 박수가 이어져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

마지막 커튼콜에서는 오케스트라가 모두 퇴장한 뒤에도 지휘자 바카라 꽁 머니를 기어코 악장과 함께 불러내어 인사를 하게 만들 정도로 청중들의 성원을 받은 공연이었다. 투간 바카라 꽁 머니는 1월 24일과 25일 스트라빈스키의 ‘풀치넬라’, 브람스 교향곡 1번도 연주하게 된다.
투간 소키예프와 바카라 꽁 머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1월 19일 공연 / 사진. ©바카라 꽁 머니SO
투간 소키예프와 바카라 꽁 머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1월 19일 공연 / 사진. ©바카라 꽁 머니SO
또한 인상적이었던 점은 바카라 꽁 머니 홀에서의 연주 중 객석 조명이 매우 밝았다는 것이다. 이는 모스크바 음악원 볼쇼이홀의 조도를 떠올리게 했으며, 확실히 산토리 홀보다 연주 중 객석 조명이 훨씬 밝았다.

명실상부 일본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으로 99년간 군림해 온 바카라 꽁 머니 교향악단이지만 요미우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짜임새와 연주력도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단원들의 봉급 랭킹 1위는 바카라 꽁 머니 교향악단, 2위는 요미우리 심포니 오케스트라, 3위는 도쿄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도쿄도 교향악단)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계관 지휘자를 맡고 있는 전 상임지휘자 실방 캄브렐링에 이어 제바스티안 바이글레가 상임지휘자로 악단을 이끌고 있는 요미우리 니폰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어 파비오 루이지가 2022년부터 이끌어오고 있는 바카라 꽁 머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쌍벽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가 일본 음악계의 중론인 듯하다.

한편, 파비오 루이지가 이끄는 바카라 꽁 머니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2025년 5월 암스테르담 콘세르허바우에서 열리는 제3회 말러 페스티벌에 초대받아 5월 11일 말러 교향곡 3번(메조소프라노 올레시아 페트로바와 함께), 5월 12일에는 말러의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말러 교향곡 4번(소프라노 잉팡)을 연주할 예정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뿐만 아니라 벨기에 앤트워프, 오스트리아 빈, 체코 프라하, 독일 드레스덴,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 이르는 5개 프로그램으로 6개 도시에서 8번의 공연을 하게 되어 아시아 최고이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라는 자부심과 사기가 충천해 있다.
투간 소키예프와 바카라 꽁 머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1월 19일 공연 / 사진. ©바카라 꽁 머니SO
투간 소키예프와 바카라 꽁 머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1월 19일 공연 / 사진. ©바카라 꽁 머니SO
도쿄=장일범 음악평론가·라디오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서울사이버대학교 성악과 대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