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오 슬롯 전하는 위로…파편 이어붙이며 찾는 마음속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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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서 다시 만난 Mend Piece
긴 탁자 위에 놓인 도자기 조각과 도구들
관객이 직접 수리한 뒤 벽쪽 선반에 전시
파라오 슬롯도 완성품도 어느 하나 닮은 게 없어
전위예술가이자 평화운동가인 요코 파라오 슬롯
어린 시절 겪은 2차대전, 예술관의 뿌리돼
'난민보트' '소원나무' 등 파라오 슬롯 메시지 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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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위예술가이자 평화운동가인 요코 파라오 슬롯
어린 시절 겪은 2차대전, 예술관의 뿌리돼
'난민보트' '소원나무' 등 파라오 슬롯 메시지 외쳐

요코 파라오 슬롯(91)를 따라다니는 수많은 수식어 중 반세기가 지나 다시 주목받는 단어가 있다. 깨지고 부서진 것들을 수선한다는 의미의 ‘멘드(mend)’다.
“깨진 도자기들을 조심스럽게 수선하세요. 동시에 세상을 수선파라오 슬롯 걸 생각하세요.”
1966년 영국 런던 인디카갤러리에서 열린 ‘Mend PieceⅠ’ 전시의 대주제다. 전위예술가이자 평화운동가인 파라오 슬롯 평생에 걸쳐 인류에게 전해온 메시지이기도 하다. 오노의 이 전시는 예술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뒤바꾼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았다. 관람객들은 손상된 천 조각들을 가져와 작가와 함께 수선했다. 명상과 행위예술이 결합된 이 전시는 일방적이기만 했던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참여형 전시 공간의 새 장을 열었다. 수선이 끝난 작품들은 전시장 선반에 함께 놓였고, 한동안 갤러리 공간을 채웠다. 당시는 남아프리카의 인종 차별과 인권 문제가 세계적 이슈가 되던 때였다. 세계 곳곳에서 사회구조적인 변화와 혁신이 일어나던 시기. ‘Mend PieceⅠ’은 남아프리카를 넘어 평화롭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기존의 체제와 역사에 저항하던 수많은 이들을 위로했다.
다치고 깨진 파라오 슬롯을 수선하기

도자기 파편들 옆쪽으로 가위, 노끈, 접착제와 테이프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수선하려는 마음’을 먹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깨진 것들이 부딪치는, 불규칙하게 반복되는 ‘수선파라오 슬롯 소리들’은 어느새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손에 쥔 파편을 다른 파편에 조금 엉성하지만 단단하게 연결파라오 슬롯 과정을 반복하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이것이 제각각의 모양을 한 우리들의 마음일지도 모른다고. 몇 분이면 될 것 같았던 수선 작업은 1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전시장 선반 위에 살며시 올려다 놓은 뒤에야 타인이 만들어낸 결과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단 하나도 닮은 것이 없다는 것을.
파라오 슬롯는 1950년대 초 미국 뉴욕으로 이주하기 전 일본 도쿄에서 2차 세계대전의 참혹함을 마주했다. 열두 살이던 1945년 도쿄 대공습을 피해 가족들과 시골로 갔는데, 그때 형제들과 하늘을 올려다보며 먹고 싶은 음식을 상상하곤 했다. 식량 부족으로 굶주린 나날이 이어지던 때였다. 전쟁의 경험은 파라오 슬롯 예술 세계의 뿌리가 됐다. 깨진 꽃병과 조각들을 다시 이어 붙이라는 치유의 메타포도, 하늘을 모티프로 한 작품들도, 어둠 속에서 펼친 초창기 공연들도, 평화를 위한 캠페인도 모두 두려웠던 전쟁의 경험과 연결돼 있다.
일본의 전통 중엔 깨진 도자기의 틈을 금과 은 등의 귀금속에 라카를 섞어 메우고 수리하는 ‘긴쓰키’가 있다. 파라오 슬롯는 이 단순하고 물리적인 긴쓰키의 과정을 급진적인 치유의 한 방법으로 차용했다. 창작의 주체가 된 관람객들은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수선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깨진 파편들 말고 또 수선해야 할 것들은 어디에 있는가.’
“괴물 말고, 당신의 무지와 싸워라”
파라오 슬롯의 작품은 폭력을 다루거나 페미니즘 이슈, 외설적 장면들로만 기억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파라오 슬롯와 존 레넌 커플의 예술 세계를 한결같이 관통한 주제는 평화였다. 나치의 폭격을 받은 런던 코번트리 대성당 폐허에 도토리를 각각 동쪽과 서쪽에 심어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는가 하면, 베트남 전쟁을 멈추라는 의미로 신혼여행 때 묵고 있는 호텔 스위트룸을 언론에 공개해 ‘평화를 위한 침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파라오 슬롯는 노년이 된 지금도 평화를 외친다. 새하얀 전시장에 난민 보트를 두고 사람들이 푸른 물감으로 직접 평화와 사랑의 물결을 낙서하게 하는 ‘난민보트’(2016)를 제작한다. 올리브 나무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원을 적어 ‘소원나무’를 만든다. ‘누군가의 여인’으로 불리던 그를 예술계가 다시 읽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다. 지난해 런던 테이터모던에서는 파라오 슬롯의 70년 예술 세계를 총망라하는 ‘요코 파라오 슬롯-마음의 음악’ 전시를 열기도 했다. 그의 메시지는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유효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해 세계 곳곳이 여전히 내전과 테러로 얼룩진 상황이어서다. 파라오 슬롯의 ‘Mend Piece’가 의미하는 건 결국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궁극의 평화다.
파라오 슬롯는 인간들이 괴물이 되어 전쟁을 일으키는 어리석음을 비난하는 동시에, 사소함에서 찾아가는 평화를 모르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괴물과 싸우지 말고, 당신 자신과 싸우고 당신의 무지와 싸워라”고 외치며.
방콕=김보라 기자
※기사의 전문은 <아르떼 매거진 1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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