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이제 고3이야"…무안공항 계단에 빼곡한 '포스트잇 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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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이태원 참사 이어 추모객 손편지 모아 유가족에 전달

이곳에 붙은 수많은 포스트잇 가운데는 유가족이 쓴 것으로 짐작되는 메모지도 있었다. “어머니 새해가 밝았네요. 천국에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라며 끝내 말을 맺지 못한 자녀의 손편지가 보였다.
또 다른 메모지에는 “엄마 나 이제 고3이야. 이제 좀 철도 들고 정신도 차렸는데 못 보여주게 됐네”라고 적혔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향해 “계속 나 지켜봐 주고 새집도 같이 데리고 갈 테니까 친구들한테 자랑 많이 하고. 사랑해”라면서 애써 담담히 슬픈 마음을 다잡는 모습도 엿보였다.

이 같은 무안공항의 ‘추모 손편지 계단’은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대표가 이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남겨달라”며 펜과 종이를 나눠주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그 자신도 30년 전 불의의 사고로 당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잃었다. 이 대표는 이후 손편지운동본부를 만들고 세월호·이태원 참사 등이 벌어질 때마다 추모객들 손편지를 모아 유가족에게 전달해왔다.
참사 소식을 접한 그는 이번에도 포스트잇과 펜을 챙겨 무안공항을 찾아왔다. 이 대표는 “타인의 눈물을 보듬는 삶을 살겠다고 (세상을 떠난) 아들과 약속했다”며 “유가족들과 온 국민이 상처를 회복하고 2025년도에는 이런 슬픔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김봉구 온라인 슬롯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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