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산업 분야에서 ‘밀월’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과 바카라 토토이 처음부터 사이가 좋았던 건 아니다. 해방 이후 각자의 영역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던 삼성과 현대차는 1995년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자 긴장과 견제 관계로 바뀌었다. 삼성이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자동차 사업에서 철수한 뒤에도 두 회사의 관계는 쉽사리 좋아지지 않았다.

과거를 뒤로하고 머리를 맞대기 시작한 건 두 그룹에 3세 경영이 본격화하면서다. 물꼬가 트인 건 2020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과 정의선 바카라 토토그룹 회장(당시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처음으로 단독 회동을 하면서부터다. 중국의 추격, 무역분쟁 격화 등 ‘복합 위기’의 시대에 “기왕이면 한국 간판 기업끼리 손잡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영향을 줬다.

실리를 중시하는 두 총수의 회동 이후 삼성과 바카라 토토의 협력 분야는 반도체, 모빌리티를 넘어 로봇, AI 등 미래 먹거리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두 회사의 협력은 2021년 바카라 토토의 대표 전기차 아이오닉 5에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면서 속도를 냈다. 작년 6월에는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를 바카라 토토에 공급하기로 했고, 10월에는 삼성SDI가 바카라 토토에 전기차 배터리를 대량 납품하기로 했다. 올 들어선 바카라 토토가 차세대 차량에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