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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바뀌는 풍경들이 있다. 필자가 가장 오랫동안 봐왔고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바카라 꽁 머니은행 화폐박물관 앞 분수에 전구가 설치되고 조명이 켜지는 순간이다. 고전 양식의 건물들을 배경으로, 비록 정해진 기간 동안이지만 1년 중 가장 생기가 도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광경을 보면 진짜 연말이 됐음을 실감한다.

몇 년 전부터 충무로 신세계 본점이 가세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외벽을 대형 스크린으로 사용해 이 광경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일부러 이곳을 찾을 정도다. 올해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신세계 본점 전체를 1292㎡ 초대형 사이니지가 감싼다는 것이었다. 100여 년간 기념비처럼 서 있던 바카라 꽁 머니의 외관이 사라져 버린다니.

1900년대 초반 바카라 꽁 머니 문학에는 ‘진고개’(충무로2가 일대)라는 곳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가장 두드러지는 이유는 ‘뭘 사러 가는 곳’이다. 이곳과 얽힌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당시 자본주의의 유입과 이것이 사람들의 삶에 자리 잡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정확하게는 진고개에 속하지 않지만 이곳의 연장선에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 미쓰코시백화점, 지금의 신세계백화점 본점 건물이다. 이곳은 1930년대에 개장한 바카라 꽁 머니 최초의 근대식 백화점이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절충식 르네상스 양식 외관을 갖춘 건물이다. 건물이 지어졌을 당시에는 조선은행 본관(현 바카라 꽁 머니은행 화폐박물관), 경성우체국 등과 함께 근대적 경관을 형성하는 대표적인 건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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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경성이었을 때, 이곳에는 수많은 모던보이와 모던걸 그리고 자본의 표상에 압도된 사람들이 빈번히 방문했다. 이상의 소설 ‘날개’에는 ‘나는 어디로 어디로 들입다 쏘다녔는지 하나도 모른다. 다만 몇 시간 후에 내가 미쓰코시 옥상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거의 대낮이었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이상이 자주 찾았다고 알려진, 당시 미쓰코시바카라 꽁 머니의 옥상정원은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경성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사회적 공간이었다. 이 천재 작가가 날기를 결심한 이곳은 지금의 바카라 꽁 머니에서도 그 역할을 이어가 남산타워가 보이고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트리니티가든이 됐다.

이 백화점은 해방 이후 동화백화점으로, 6·25전쟁 때는 미군 PX로 활용됐다. 박완서의 소설 <나목에서 주인공 이경이 일을 하는 ‘휘황한’ 곳, 환쟁이들의 초상화부가 있던 곳이 이곳이다. 1963년이 돼서야 신세계백화점이라는 이름을 얻은 후 여러 번의 보수 공사를 거쳤고, 본래 4층 바카라 꽁 머니던 것을 6층으로 증축하며 현재의 모습이 됐다. 이런 과정에서도 중앙의 계단을 보존하는 등 바카라 꽁 머니 지닌 역사성을 지키는 방식을 추구했다. 100여 년의 시간 동안 건물은 그 자리에서 빠르게 변하는 시대와 함께했다.

그랬던 신세계 본점의 외관이 미디어 파사드로 바뀐 것은 열린송현을 감싸고 있던 높고 긴 돌담이 사라진 것만큼이나 서울에서 오랜 시간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상전벽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옛 양식의 파사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크리스마스 영상이 퍽 아름다웠기에 그 아쉬움은 깊을 수밖에 없었다. 외관을 다 덮어버린 미디어 파사드에 영상으로 재현된 본래 파사드의 모습이 나타난 것을 보니 이 또한 그 바카라 꽁 머니 담당할 시대적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100여 년 전에 급변하는 시대와 함께 나타난 혁신적이던 바카라 꽁 머니 다시 한번 시대에 맞는 옷을 입고 우리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는 것. 다시 긴 시간이 지난 후 그 건물은, 또 그 장소는 어떻게 시대를 감당하고 있을까.

배세연 한양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