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 미련없다", 엘리트 슬롯 꽁 머니들…줄줄이 로스쿨행
3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 있는 기획재정부는 종일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행정고시 5급 출신 슬롯 꽁 머니 최대 5명이 최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다. 이 소식을 들은 5년 차 기재부 슬롯 꽁 머니 A씨는 “로스쿨은커녕 일 때문에 집에도 가기 힘든데 마냥 부러울 따름”이라며 “나도 계속 공무원으로 남아 있어도 되는 건지 싱숭생숭하다”고 말했다.

◆공직사회 등지는 젊은 슬롯 꽁 머니

높은 업무 강도 대비 낮은 처우, 외딴 세종시 생활, 비대해진 국회 권력 등에 지친 행시 출신 엘리트 슬롯 꽁 머니의 관가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날 관계 부처에 따르면 행시 출신 기재부 슬롯 꽁 머니 중 최대 5명이 최근 서울대 로스쿨로부터 내년도 최종 합격자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고려대 등 조만간 발표될 다른 로스쿨 합격자까지 포함하면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로스쿨(4명)과 치의학전문대학원(1명) 입학을 위해 기재부를 떠난 슬롯 꽁 머니이 5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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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내에선 저연차 사무관들이 근무를 하면서 로스쿨 진학을 준비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무관의 로스쿨 준비가 늘어나자 “로스쿨 준비를 하지 못하게 하려면 일을 더 많이 시켜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기재부 외에도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른 슬롯 꽁 머니 부처에서도 이런 현상은 일반적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행시에 합격한 슬롯 꽁 머니들이 공직사회를 떠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민간 대비 부실한 처우가 꼽힌다. 국·과장의 호출, 국회 요구에 야근을 밥 먹듯 해도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내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올해(2.5%)보다 높은 3.0%로 책정됐지만 2021~2023년에는 0~1%대에 머물렀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민간 대비 공무원 보수 수준은 2020년 90.5%에서 2021년 87.6%, 2022년 82.0%로 낮아지며 보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슬롯 꽁 머니들의 꿈인 해외 유학도 인사 적체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로스쿨에 입학한 슬롯 꽁 머니 출신 B씨는 “업무 강도와 난도가 높은데 금전적 보상은 확실히 적고 최근에는 승진이나 해외 유학 등 기회 측면에서도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무력감 커진 공무원들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내려온 것도 슬롯 꽁 머니들의 불만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네트워크와 현장 지식을 얻는 데 지리적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기재부 슬롯 꽁 머니 C씨는 “대학교를 다닐 때 자취하듯이 ‘세종살이’를 하고 있는데 공무원 선배들만 매일 보고 다른 교류는 제한적이라 답답함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옮기기 전인 2011년 307명이던 5급 슬롯 꽁 머니의 자발적 퇴직은 2022년 500명으로 증가했다.

정부의 정책 주도권은 갈수록 약화하고 국회 권력은 비대해지는 점도 사무관들의 관가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기재부 슬롯 꽁 머니정책국 사무관 D씨는 “국회에서 툭하면 호출하고 10년 치, 20년 치 자료를 정리해달라는 갑질을 할 때도 있다”고 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주도권이 사라지면서 공무원들이 느끼는 보람이 확실히 줄어들었다”며 “민간 대비 경직적인 공무원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등 전반적으로 공무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허세민/박상용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