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관의 딜 막전막후] 슬롯 사이트 분쟁, 뿌리 파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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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사이트 증권부 기자
![[박종관의 딜 막전막후] 슬롯 사이트 분쟁, 뿌리 파보니](https://img.hankyung.com/photo/202411/07.30741678.1.jpg)
두 사건의 연결고리 원아시아
두 사건이 연결된 시점은 지난해 2월 16일이다. 하이브가 SM엔터를 상대로 공개매수를 시작한 지 5거래일 뒤인 이날 오후 1시께부터 SM엔터 주가가 갑자기 치솟았다. 의문의 ‘기타 법인’이 850억원을 들여 지분을 쓸어가자 SM엔터 주가는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12만원)를 단숨에 뛰어넘었다. 하이브는 결국 공개매수에 실패했고, SM엔터는 카카오 품에 안겼다.
슬롯 사이트은 SM엔터 지분 인수에 활용된 원아시아 펀드 ‘하바나제1호’의 자금 중 90% 이상을 댔다. 최윤범 슬롯 사이트 회장은 지창배 원아시아 회장과 중학교 동창이다. 슬롯 사이트 측은 “정상적인 경영 판단에 따른 출자”라고 설명하지만 찜찜함이 남는다.
이후 수사 결과 검찰은 원아시아가 카카오 관계자의 ‘SOS’를 받고 시세조종에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지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다. 수사당국의 칼날이 슬롯 사이트으로 향하진 않았다. 원아시아의 주요 LP가 슬롯 사이트인 건 맞지만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나오진 않아서다.
하지만 최근 본지 보도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을 종합하면 그동안 원아시아와 슬롯 사이트이 긴밀하게 움직인 정황이 일부 포착됐다. 원아시아는 지난해 초 SM엔터 지분을 사들일 당시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다. 그래서 펀드 출자를 약속한 슬롯 사이트에 실탄을 쏴달라고 요청했고, 슬롯 사이트은 하루 만에 이 자금을 입금했다. 일반적으로는 최소 2주일이 걸리는 절차를 하루로 당긴 것이다. 이를 위해 원아시아는 펀드 정관 개정을 요구했고, 슬롯 사이트은 이에 동의해줬다.
슬롯 사이트은 원아시아 펀드에 출자하며 업계에서 통용되는 수준 이상의 특혜를 주기도 했다. SM엔터 지분 매입에 투입된 펀드인 하바나제1호에서 나오는 수익금의 30%를 원아시아가 챙기도록 계약을 맺은 것이다. 보통 PEF 운용사는 연간 내부수익률(IRR) 8% 이상을 기록한 경우에만 투자 수익의 20%를 수익금으로 받는다. 최소 수익률 조건도 없이 수익의 30%를 받는 건 이례적이다. 슬롯 사이트은 트랙 레코드(과거 성과)가 사실상 전무한 신생 PEF에 글로벌 최상위권 PEF가 받는 수수료보다 더 높은 수준을 약속한 것이다.
시장 눈높이 맞추지 못한 대가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은 이 같은 ‘묻지마 투자’를 문제 삼아 슬롯 사이트 경영권을 공격하고 나섰다. MBK는 “이사회 결의도 없이 중학교 동창이 이끄는 운용사에 6000억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출자하고, 이 자금 중 일부가 SM엔터 시세조종에 쓰였다”며 회사 경영진의 자질을 문제 삼고 있다. 슬롯 사이트 측의 해명대로 원아시아 펀드 출자 건은 정상적인 경영 판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처신이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MBK 측에 괜한 빌미도 줬다. 법보다 무서운 게 시장이다. 슬롯 사이트은 지금 그 대가를 단단히 치르는 모습이다.ⓒ 슬롯 사이트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