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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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슬롯이 합의 없이 원·부자재에 마진을 붙이는 이른바 '차액가맹금'을 돌려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한 한국피자헛이 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했다. 200억원대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차액가맹금 소송 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을 적어도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막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 슬롯의 손을 들어준 한국피자헛 판결 이후 배스킨라빈스, 투썸 등 다른 대형 프렌차이즈 업체에서도 일부 온라인 슬롯이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통업계의 혼란이 예상된다.

강제집행 막고자 법원에 자산·채권 동결

서울회생법원은 한국피자헛이 전날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5일 밝혔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회생법원 회생12부(재판장 오병희 부장판사)는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려 자산과 채권을 동결했다. 재판부는 "이해관계인 사이의 불공평, 경영상의 혼란과 기업 존속의 곤란으로 채무자 재건이 어려워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한국피자헛은 자율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도 함께 신청했다. ARS 프로그램은 채무자 및 채권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이 회생절차 협의회를 구성해 자율적으로 변제 방안을 협의하는 제도다. 이 기간에 채권자들과 원만한 협의를 거쳐 자율 협약이 체결되면 회생 개시 신청을 취하하고, 계획안에 따라 매각 또는 구조조정 등이 진행될 수 있다.

다만 한국피자헛의 경우 매각 또는 구조조정보다 최근 온라인 슬롯 소송 결과에 따른 강제집행 문제를 채권자인 점주들과 원만히 해결하고자 ARS를 신청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피자헛은 정상영업 중인데 ARS 절차에서 채권액을 감축하자는 합의가 아니라 대법원 판결이 있을 때까지 채권자들과 절차 합의를 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9월 한국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이 "본사가 점주들 동의 없이 온라인 슬롯을 수취했다"며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한국피자헛이 2016~2022년 가맹점주에게 받은 온라인 슬롯 210억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본사가 온라인 슬롯에 대해 가맹계약서에 기재하지 않았고, 점주와 별도의 합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부당이득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온라인 슬롯은 지난달 4일부터 한국피자헛 가맹본부가 사업 운영 비용을 처리하고 있는 은행 계좌에 대한 압류 및 추심 조처를 했다. 한편 한국피자헛은 "한국피자헛의 입장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대법원 상고를 통해 다시 한번 법률적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배스킨라빈스·투썸도 소송 움직임

일각에선 앞으로 한국피자헛 발(發) 가맹본사 대 가맹점주 간 줄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한국피자헛이 수취한 온라인 슬롯이 '부당이득금'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그동안 대부분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불문율처럼 여겨온 온라인 슬롯 관행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피자헛 판결 이후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도 소송 움직임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주협의회는 온라인 슬롯을 대상으로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 참여 의사를 조사하고 있다. 투썸플레이스 및 BHC 일부 온라인 슬롯도 소송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부분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차액가맹금을 거두고 있는 만큼 소송에 참여하는 온라인 슬롯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펌들도 수십억~수백억원대 배상금이 걸린 차액가맹금 소송 수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피자헛 점주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와이케이(YK)는 현재 여러 프랜차이즈 온라인 슬롯에게 소송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피자헛의 영업손실은 2022년 2억5612만원에서 지난해 45억2240만원으로 1년 새 20배 넘게 증가했다. 매출 역시 같은 기간 1020억원에서 869억원으로 줄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피자값 한 판의 가격이 2~3만원을 넘을 정도로 가파르게 치솟은 게 소비자들이 프랜차이즈 피자를 외면하기 시작한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