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호와 김재덕의 따로 그려 함께 올린 '사계', 그 절반의 성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무용 리뷰] 사계를 탄생과 소멸 아닌 '생명력'으로 전달
관객 울리는 음악은 일품…두 작품의 조화와 연결은 아쉬워
관객 울리는 음악은 일품…두 작품의 조화와 연결은 아쉬워


'국수호·김재덕의 사계'는 사계절을 탄생과 소멸 등의 묵직한 주제로 치환하지 않았다. 어부사시사의 윤선도처럼 자연에 대한 감상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듯했다. 그러면서 계절마다 몇몇 주요한 장면에서, 생명력과 생동감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기술적으로는 한국무용의 손사위 등 국수호 특유의 움직임과 추상화와 같은 김재덕의 몸짓이 섞이면서 나름대로 신선한 동작을 보여주기도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 연출에 빛나는 국수호의 관록과 김재덕의 에너지를 융합하고자 한 점도 서울시무용단의 새로운 시도여서 기대가 작지 않았다.

봄과 여름의 무대와 가을과 겨울의 무대가 더블빌(두 작품을 동시에 공연하는 것을 의미)처럼 느껴진 게 안무자들이 의도한 것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창작을 보완하고 대본, 연출, 음악의 모든 과정을 함께 구상했다고 한다. 이를 감안하면 맥이 풀리는 지점이 있었다.
무대 장치와 의상의 색을 최소화해 움직임으로만 사계를 표현했다지만, 필자의 입장에서 시간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준 것은 무용이라기보다 음악이었다. 리듬을 강조한 현대 음악에 전통 악기와 소리꾼의 소리가 입혀져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를 건드렸다.
관객을 한 번 크고 묵직하게 울리는 음악이 큰 힘을 발휘했다. 움직임에 집중하도록 장식을 최대한 배제한 무대는 후반부 무용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면서 연출에 좀 더 힘을 줬어도 나쁘지 않았을까.
이해원 기자
ⓒ 바카라 토토 사이트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