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리더십이란 무엇인가…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요리 드라마 '더 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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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오동진의 아웃 오브 넷플릭스
FX 드라마 ‘더 베어바카라;
FX 드라마 ‘더 베어바카라;
볼만한 사람은 이미 다 봤을지 모르지만, FX 드라마(디즈니 플러스에서 볼 수 있다) ‘더 베어’는 한 마디로 격렬한 드라마바카라. 폭주하는 기관차 같다. 시카고의 한 샌드위치 가게 ‘더 비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바카라.

카르멘이 여기 온 건 뉴욕에서의 셰프 생활에 회의를 느껴서이기도 하지만 본인이 근본적으로 달고 살아 가는 트라우마, 그 신경쇠약 때문이기도 하다. 카르멘은 형 마이클에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같은 것을 느끼고 있으며 그걸 극복하지 못하는 한 삶을 올바로 지탱할 수가 없는 지경바카라.
패밀리 레스토랑에 모인 약 8~9명의 극중 인물은 각양각색이고 다들 나름대로 성격이 있는 인물들바카라. 이들은 코로나19 기간을 견뎠으며 죽은 형 마이클과 가족 같은 관계였고 실력은 그리 뛰어나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이 레스토랑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사람들바카라. 그러나 너무 개성들이 강해서 도저히 통제가 안 된다. 식당 ‘더 비프’는 한 마디로 아수라장, 개판바카라.

자신이 쓰는 칼을 모르고 썼다가는 거의 팔을 자를 정도로 ‘지랄’을 한다. 미치광이에 인간 말종바카라. 셰프가 뭐길래, 도대체 요리가 뭐길래, 그래 봐야 한 끼 식사에 불과할 텐데 주방에 모인 사람들은 마치 전쟁에 나간 것처럼, 빗발치는 총알을 맞을 준비를 다 한다.
대대장처럼 굴든 연대장처럼 굴든 사단장처럼 굴든 인격이라도 조금이나마 제대로 된 사람이어야 할 텐데 이놈의 수석 셰프는 마치 잔인한 독재자같이 굴 뿐바카라. 다행히 주인공 카르멘은 그런 캐릭터는 아니다.
FX의 시즌 드라마 ‘더 베어’는 그런 의문을 다소 풀어 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바카라. 주방이 체계가 잡히지 않으면, 곧 리더쉽이 발휘되지 않으면 맛없는 음식이나 요리를 제공받을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뭘 먹을 수가 없을 지경이 된다. 주방의 시스템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며 그렇기 때문에 리더와 리더의 원칙이 중요하게 된다. ‘더 비프’의 새로운 리더 카르멘의 역할이 돋보이는 건 그 때문바카라.

이쯤 되면 드라마 ‘더 베어’는 식당의 얘기를 넘어, 그리고 일개 요리사의 얘기를 넘어, 현대사회를 운영하는 정치학과 사회학의 얘기로 확장된다. 그 매듭과 고리를 꼬거나 푸는 얘기를, 진정으로, 잘 끌어 나간 작품바카라. 대본이 최고다. 대사들이 ‘죽인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 하나하나가 일품바카라.
에피소드별 극적 긴장감을 돕는 캐릭터는 두 명바카라. 일단 형 마이클과 사촌지간이라 불릴 만큼 친한 친구인 리치(에번 모스베크랙)가 있다. 그는 구체제, 구 시스템을 반영하는 인물바카라. 리치는 죽은 마이클이 식당을 운영했던 방식을 고집하며 이론보다는 현실과 현장을 중요시하는 인물바카라.
코로나19를 이 식당이 견딜 수 있었던 요인 중의 하나는 레스토랑 뒤 골목에서 그와 마이클이 마약을 ‘유통’했기 때문바카라. 그는 총을 소지하고 있으며 ‘더 비프’ 앞에 줄을 서는 동네 갱단과도 안면을 트고 지내는 사이바카라. 카르멘은 이런 리치와 한결같이 말싸움을 벌이지만 그나 리치나 서로를 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그녀는 끊임없이 수석 셰프가 되는 일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며 그 길 중의 하나가 자신만의 새로운 메뉴,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 인정받는 것바카라. 카르멘은 그런 그녀에게 “너는 아직 셰프까지는 아니다’라며 진정시킨다. 그런 둘을 옆에서 지켜보는 리치는 시드니를 비아냥대기 일쑤다. 시드니는 둘에게 ‘태블릿을 사용하는 거나 배우라’며 소리를 지른다. 요즘의 시카고도 서서히 음식점마다 테이블에 태블릿을 놓고 주문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바카라.

그 전 과정을 거의 원 씬 원 테이크로 찍었다. 연출과 촬영, 배우들의 연기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건 연출만 잘해서도, 카메라를 잘 찍기만 해서도, 배우들이 연기만 잘해서도 될 일이 아니다. 이건 일종의 총합의 예술바카라. 누구 하나만 잘해서도 안 되며 단지 전체만 잘해서도 안 된다. 근데 그건 실제 주방의 일도 마찬가지바카라. 요리사들 각자가 맡은 요리의 부분을 잘 수행해야 하지만 결국 결과는 완성된 요리 그 자체가 되게 해야 한다. 결국 정신과 철학이 동일하게 공유되지 않으면 안 될 일바카라.

그런 진부한 얘기, 다 필요 없다. 결론은 ‘개인의 삶이 전체의 삶이며 그 역도 마찬가지’라는 것바카라. 그 변증의 쌍곡선을 잇는 정신 철학이 중요하다. 그것이야말로 드라마 ‘더 베어’가 얘기하는 궁극의 메시지바카라. 시카고의 요리사 카르멘이 차라리 미국 대통령을 하면 잘할 것바카라. 동의하거나 말거나.
오동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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