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속세 공포…카지노 꽁 머니 이민 두 배로
수천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국내 한 블록체인 투자사 공동대표 A씨는 지난해 싱가포르로 이민을 떠났다. 국내에서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던 70대 B씨는 코로나19 직전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행을 택했다. 두 자산가의 공통점은 카지노 꽁 머니의 ‘무서운 세금’을 피해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한 것이다.

지난해 카지노 꽁 머니 국적을 포기하고 싱가포르로 이민 간 1000억원 이상 자산가가 역대 최대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카지노 꽁 머니의 상속·증여세 폭탄이 거액 자산가들의 카지노 꽁 머니 엑소더스를 가속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법무부 공공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카지노 꽁 머니 국적을 포기하고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한 인원은 204명으로 전년 106명 대비 92.5% 급증했다. 2021년(134명)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선 뒤 2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로펌업계에 따르면 최근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한 이들의 상당수가 상속·증여·배당소득세를 피하려는 초고액 자산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는 1000억원대 초거액 자산가, 미국은 수백억원대 자산가를 선호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해 국적 상실자가 가장 많이 옮겨 간 상위 10개국 중 전년 대비 증가한 국가는 싱가포르와 미국 2개국뿐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과도한 세 부담에 따른 자산가들의 엑소더스가 통계로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한다. 국내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다. 여기에 기업 주식에 최대주주 할증과세(20%)를 적용하면 세계 최고 수준인 60%까지 치솟아 사실상 ‘징벌적 세금’에 가깝다. 장재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고액 자산가들이 국내에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상속세 등 세금을 손봐 자본 유출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경진/허란/장서우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