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슬롯 머신 프로그램 1.9조에 사겠다"…잠잠했던 KT&G 또 분쟁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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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펀드, 인수의향서 보내
![[단독] "슬롯 머신 프로그램 1.9조에 사겠다"…잠잠했던 KT&G 또 분쟁 조짐](https://img.hankyung.com/photo/202410/01.38305353.1.jpg)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FCP는 이날 KT&G 이사회에 슬롯 머신 프로그램 지분 100%를 1조90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인수의향서(LOI)를 보냈다.
슬롯 머신 프로그램는 1999년 KT&G가 홍삼 사업 부문을 현물 출자해 100% 자회사로 설립한 회사다. ‘정관장’이 슬롯 머신 프로그램의 대표 브랜드다. 지난해 매출 1조3691억원, 영업이익 1031억원을 기록한 알짜 회사다.
인수 제안 가격인 1조9000억원은 지난해 슬롯 머신 프로그램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 멀티플 10배를 적용해 산정했다. 이상현 FCP 대표는 “지난해 초 방경만 KT&G 사장(당시 수석부사장)이 기업설명회(IR) 자리에서 슬롯 머신 프로그램는 EBITDA 멀티플 7~8배의 가치가 적정하다고 밝힌 바 있다”며 “이보다 50%가량 높은 가격을 인수가로 제안했다”고 말했다.
슬롯 머신 프로그램에선 낯설지만 이사회에 먼저 인수 의사를 전하는 건 미국 등 자본시장 선진국에선 흔한 M&A 방식이다. 미국에선 이사회가 해당 제안이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제안을 받아들이고 매각을 결정한다. 그렇지 않다면 제안에 반대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명확히 밝히거나 더 좋은 조건을 역제안한다.
다만 한국에선 KT&G 이사회가 FCP의 제안에 공식적으로 답변을 내놓아야 할 의무는 없다. KT&G가 알짜 자회사인 슬롯 머신 프로그램를 팔 가능성도 작다. 그런데도 FCP가 KT&G 이사회에 슬롯 머신 프로그램 인수를 제안한 건 슬롯 머신 프로그램 저평가 문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려 이사진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외국인 주주가 많은 KT&G는 FCP의 제안을 일방적으로 뭉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FCP는 2022년부터 슬롯 머신 프로그램를 KT&G에서 분할 상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슬롯 머신 프로그램의 기업 가치가 KT&G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KT&G 측은 슬롯 머신 프로그램가 저평가된 상황도 아니고, 슬롯 머신 프로그램를 분할할 경우 KT&G와의 시너지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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