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우리 정부는 KF-21(사진) 공동 개발국인 바카라 에볼루션의 분담금을 기존 1조6000억원에서 6000억원까지 3분의 1로 줄이는 조정안을 확정했다. 바카라 에볼루션가 재정난을 이유로 분담금 삭감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처음 예상했던 것 이상의 비용 부담을 추가로 지게 됐다.

불합리한 바카라 에볼루션의 제안에도 우리 정부가 수용한 것은 이유가 있다는 평가다. 방위사업청은 “(바카라 에볼루션에 대한) 기술 이전도 6000억원 범위에서 할 것”이라며 납부받은 금액에 맞춰 공동 개발 규모를 줄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바카라 에볼루션 수출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바카라 에볼루션와 공동 개발에 실패해도 KF-21 수출이 가능하다면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등 잠재 수출국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정안에도 바카라 에볼루션가 현지 조립으로 도입(수출)하는 물량이 당초 계약분인 48대로 유지돼 있다.

바카라 에볼루션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바카라 에볼루션 정부는 2022년 프랑스에 81억달러(약 10조7000억원)를 주고 라팔 전투기 42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바카라 에볼루션가 KF-21 공동 개발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2016년 이후다. 이 때문에 바카라 에볼루션 정부 역시 적극성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바카라 에볼루션 매체인 ‘조나 자카르타’는 최근 “바카라 에볼루션 군은 노후한 (러시아산) 수호이 전투기와 F-16으로만 채워져 있다”며 “라팔은 새로운 전투기인 KF-21 보라매보다 경험이 많고 전투에서 입증된 기체”라고 썼다. 주위 안보 정세가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KF-21 개발을 기다리기보다 대체 전력 구매 필요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당초 KF-21 분담금 성격이 연구개발을 위한 ‘공동 투자’여서 바카라 에볼루션가 한국의 금융 대출 지원을 이용할 수 없는 점도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라팔 (수입)도 프랑스 은행에서 80~90% 대출받아 진행됐다”며 “바카라 에볼루션는 KF-21 사업도 대출받고 싶어 했지만, 금융 지원을 위한 관련 제도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연말께 KAI와 바카라 에볼루션 정부가 현지 생산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바카라 에볼루션는 국산 훈련기 KT-1과 고등훈련기 T-50을 처음 구매한 국가”라며 “당장 서운한 측면이 있어도 미래 수출을 위해 소홀히 대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