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민연금은 오는 9월 문을 여는 네 번째 해외 사무소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무소에서 근무할 투자 인력 다섯 명을 확보하기 위해 이달 초 뉴욕 등 기존 해외 사무소 근무 인력의 전보 인사를 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상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된 국민연금은 정부에서 부여받은 해외 사무소 정원이 58명으로 묶여 있어 신규 채용과 해외 파견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국민연금의 해외 운용 자산이 매년 수십조원씩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미리 정해 놓은 인력 제한 때문에 돌려막기 인사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해외 투자 인력 부족으로 운용 수익률이 떨어지면 결국 국민이 손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327개 공공기관을 관리하기 위해 2007년 도입한 공운법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영 방만을 바로잡고 운영 투명성을 높여 대국민 서비스 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오히려 공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족쇄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년간 에너지, 인프라,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업종을 영위하는 기관의 예산, 조직, 인력을 획일적인 틀로 가둬 통제하다 보니 다양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고 공공기관들은 입을 모은다. 예컨대 임직원이 3만2115명인 카지노 게임 사이트철도공사(코레일)와 8871명인 LH(카지노 게임 사이트토지주택공사), 365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은 조직 규모와 난이도, 업무 성격이 완전히 다름에도 같은 그룹에서 ‘붕어빵 평가’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성과급도 받는다.

이런 구조는 공공기관이 우수 인재 확보와 경영 혁신, 대국민 서비스 제고보다는 무사고경영 등 평가 점수를 높이는 데만 몰두하도록 유도한다는 지적이다. 해외 출장 등 공공기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이중삼중 통제를 강화한 결과 공공기관을 덩치만 크고 효율성은 떨어지는 조직으로 만들었다는 분석도 많다. 청와대 수석과 공공기관운영위원을 지낸 전직 관료는 “공기업 관리 권한을 소관부처에 돌려줘 업무 특성에 맞는 관리가 가능하도록 공운법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환/이슬기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