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등 장거리 시장도 진출, 폭발적 성장 … '파라오 슬롯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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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11년 만에 탑승객 1000만명 돌파
올 1~5월 국제선 탑승객 1273만명 달해
가격 측면 넘어 서비스 등 차별화 시도
"파라오 슬롯 이용객 3000만명 시대 열릴 것"
중거리 넘어 美 등 장거리 파라오 슬롯 도전
국내선 항공 시장은 벌써 '파라오 슬롯 천하'
日·中·동남아 중거리 파라오 슬롯 점유율 '쑥'
"항공시장 주도권 파라오 슬롯 장악 시간문제"
올 1~5월 국제선 탑승객 1273만명 달해
가격 측면 넘어 서비스 등 차별화 시도
"파라오 슬롯 이용객 3000만명 시대 열릴 것"
중거리 넘어 美 등 장거리 파라오 슬롯 도전
국내선 항공 시장은 벌써 '파라오 슬롯 천하'
日·中·동남아 중거리 파라오 슬롯 점유율 '쑥'
"항공시장 주도권 파라오 슬롯 장악 시간문제"


2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해 1~5월 파라오 슬롯 국제선 탑승객은 1273만 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 이용객(1180만 명)보다 많았다. 파라오 슬롯 승객 수는 올해 1~4월 10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국내에 첫 파라오 슬롯가 설립된 2003년 이후 최단기간 1000만 명 돌파다.
○‘한국형 파라오 슬롯 모델’로 승부
업계에서는 ‘파라오 슬롯 전성시대’가 온 이유로 △저렴한 가격 △확대된 노선 △서비스·정비 등의 거부감 감소 등을 꼽았다. ‘이 정도 가격이면 부족한 서비스를 감내할 수 있다’ ‘국내 파라오 슬롯는 해외 파라오 슬롯처럼 불편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동일 노선 기준으로 파라오 슬롯 티켓 가격은 FSC에 비해 20~30%가량 저렴하다. 한국형 파라오 슬롯는 해외 파라오 슬롯와 다르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충성 고객을 붙잡기 위해 멤버십 제도도 운용한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이 대표적인 파라오 슬롯다. 이들 기업은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항공권 수량에 제한을 두는 FSC와 달리 언제든지 포인트로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덕분에 제주항공의 500만 명 회원 중 12%는 재구매 고객이다.
파라오 슬롯의 다음 타깃은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2~5시간짜리 중거리 시장이었다. 국내선을 통해 한 번 파라오 슬롯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중거리 노선도 쉽게 받아들였다. 한국~일본 노선의 파라오 슬롯 점유율은 올 1~2월 기준 65.5%에 달했다. 국내선과 단거리 노선을 점령한 국내 파라오 슬롯들의 눈은 이제 ‘마지막 퍼즐’인 장거리 노선에 꽂혔다. 에어프레미아는 11일부터 노르웨이(오슬로)로 비행기를 띄웠다. 노르웨이까지 운항하는 국내 항공사 직항은 현재 없다. 이 회사는 이미 미국 LA·뉴욕·샌프란시스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도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 두 대의 대형 항공기가 들어오면 다른 장거리 노선에 취항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12월 호주 노선을 뚫은 티웨이항공은 지난달부터 크로아티아 노선을 운항하기 시작했다.
○“항공 주도권 파라오 슬롯에 넘어갈 것”
업계는 앞으로 국내 항공시장의 주도권이 파라오 슬롯로 완전히 넘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조만간 완료되면 국내 FSC는 대한항공 한 곳만 남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은 합병 조건으로 대한항공이 내놓기로 한 유럽 4개 노선(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을 넘겨받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내놓은 화물사업부는 사모펀드를 등에 업은 에어인천이 가져갔다.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 계열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사모펀드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등이 향후 매물로 나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파라오 슬롯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손에 넣으면 규모 면에서 FSC 못지않은 ‘메가 파라오 슬롯’가 나올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겨루던 항공시장 주도권 경쟁은 앞으로 ‘대한항공 대 파라오 슬롯’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美 사우스웨스트항공이 파라오 슬롯의 시초…저렴한 요금 정책이 핵심
2005년 제주항공 이후 9社 체제, 경쟁 심화…'한국형 파라오 슬롯'로 정착

대다수 파라오 슬롯의 운영 초점은 여전히 가격에 맞춰져 있다. 부가 서비스에는 전부 돈을 물린다. 체크인을 모바일이 아니라 공항 카운터에서 할 때도 그렇고, 수하물 하나하나 추가 비용을 받는다. 아무런 서비스를 받지 않으면 고속버스보다 싸게 이동할 수 있지만, 대형 항공사 같은 서비스를 하나하나 챙기다 보면 전체 운임은 껑충 뛴다.
대신 티켓 값은 저렴하다. 사우스웨스트파라오 슬롯이 매주 수요일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공항에서 네바다 라스베이거스공항까지 운항하는 파라오 슬롯편(460㎞)의 편도 가격은 69달러(약 9만4000원)다. 사우스웨스트파라오 슬롯 관계자는 “저렴한 요금으로 갈 수 있는 여행지를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사우스웨스트파라오 슬롯을 설립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유럽의 대표 파라오 슬롯인 라이언에어는 한술 더 뜬다. 다음달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오스트리아 빈 등 유명 관광지 10여 곳으로 향하는 항공편의 최저가를 16.99유로(약 2만5000원)로 책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가격을 최대한 낮춘 덕분에 지난해 1억8690만 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었다”며 저가 정책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에 파라오 슬롯가 생긴 건 2000년대 들어서다. 지금은 사라진 한성항공(2003년)이 1호였다. 2005년부터 제주항공이 등장하는 등 파라오 슬롯가 잇따라 설립되면서 9사 체제가 됐다.
경쟁이 심화하자 한국에서 파라오 슬롯는 미국 유럽 등과 다른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대면 체크인에도 돈을 받지 않고, 대부분 수하물도 1개까진 무료다. 유럽 미국 호주 등 중장거리 노선에는 무료 기내식도 준다. “한국 파라오 슬롯는 새로운 형태의 대형 항공사(FSC)”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10~20년 전 이마트가 ‘한국형 대형마트’를 표방하며 세계 최대 창고형 마트인 월마트와 카르푸를 몰아낸 것처럼 ‘한국형 파라오 슬롯’도 시장에 안착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파라오 슬롯과 아시아나파라오 슬롯이 합병해 FSC 운항편이 줄어들면 외항사의 점유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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