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소고기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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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소슬롯 머신 프로그램가 뭐길래](https://img.hankyung.com/photo/202404/AA.36361583.1.jpg)
하지만 조선 후기 박제가가 쓴 <북학의에 따르면 조선팔도에서 날마다 소 500마리가 도살되고 성균관과 한양 5부 안의 24개 푸줏간, 300여 고을의 관아에서 소고기가 판매됐다고 한다. 성균관에선 공부에 지친 유생들의 보양을 위해 소 도축이 허용됐는데, 여기서 나온 소고기가 시중에 팔리기도 했다. 소고기가 성균관을 먹여 살리는 ‘돈줄’ 역할을 한 것이다.
저절로 죽은 소는 허가를 얻어 매매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멀쩡한 소를 잡아놓고 ‘죽은 소’로 눈속임해 파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조선 후기 문인 유만공이 펴낸 <세시풍요에는 ‘명절이 다가오니 도처에 다리 부러진 소가 많다’는 시구가 나온다. 조선시대 소고기 열풍은 요즘으로 치면 치맥파티 같았다는 말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얼마 전 인천 계양에서 유세를 마친 뒤 SNS에 “계양 밤마실 후 삼겹살. 눈이 사르르 감기는 맛”이라는 글과 저녁 먹는 사진을 올려 구설에 올랐다. 딱 봐도 소슬롯 머신 프로그램 먹은 듯한데 ‘삼겹살’을 먹었다고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다. 당시 이 대표 공식 유튜브 채널을 보면 이 대표가 “소고기 좀 먹을까”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서민 코스프레”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지만 민주당은 “수준 낮은 정치공세”라면서도 무슨 슬롯 머신 프로그램 먹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소슬롯 머신 프로그램 먹는다고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굳이 논란이 될 일을 만든 건지 이해가 안 된다. 서민 고물가를 이유로 연일 정부·여당을 비판하던 와중에 정작 본인은 비싼 소슬롯 머신 프로그램 먹었다고 하기가 부담스러웠던 건가.
주용석 논설위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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