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M제공

‘포스트 민중미술’ 세대를 대표하는 배영환(55)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의 명곡 ‘카지노 꽁 머니 oddity’가 발매된 1969년 태어났다. 작가의 꿈을 그리던 1990년대 청계천 노점상에서 팔던 불법 복제 음반으로 듣고 나서부터 미지의 세상을 마주한 이야기를 다룬 이 노래에 푹 빠졌다. 이후 30여년간 작가로 활동한 배영환은 문득 자신이 쌓아온 예술세계의 시작점이 궁금해졌다. 자신과 나이가 같은, 평생 즐겨 들은 이 노래를 머릿속에서 되뇌이며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그림을 그려낸 이유다.
배영환 작가 /BB&M 갤러리
배영환 작가 /BB&M 갤러리
서울 성북동 BB&M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배영환 개인전 ‘소 니어 소 파’(So Near So Far)는 한국 현대화 과정에서 벌어진 사회적 문제점을 짚어온 배영환이 방향을 틀어 현대화를 겪어온 자신의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전시다. 낭만 가득한 취향을 오롯하게 드러내는 ‘올드팝’을 작업 재료로 삼았다. ‘카지노 꽁 머니 oddity’와 20세기 후반을 풍미한 명곡인 닐 영의 ‘heart of gold’, 핑크 플로이드의 ‘Wish You Were Here’다.

전시를 상징하는 대표 작품은 표제작인 ‘So Near So Far’다. 서툰 솜씨지만 직접 기타로 연주한 세 곡을 배경음악으로 깐 로드무비 형식의 영상작품이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배영환은 “‘카지노 꽁 머니 oddity’는 내가 낯설어지는 순간, ‘heart of gold’는 변치 않는 고결한 자아를 찾겠단 의지, ‘Wish You Were Here’는 이 모든 걸 겪은 다음 당신과 평온하고 싶다는 이야기”라며 “나름대로 내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Mindscapes No 13 (Cold comfort for change) /BB&M
Mindscapes No 13 (Cold comfort for change) /BB&M
전시장 벽 면에 걸린 평면작품들은 표제작에서 파생된 작품들로, 제작 방법이 흥미롭다. 뇌파 측정기를 끼고선 세 곡을 연주할 때 발생한 그의 뇌 파장 데이터로 만카지노 꽁 머니. 이 데이터를 3D 프린터에 입력해 코딩을 거치면 하늘에서 산등성이를 보듯 울퉁불퉁한 등고선이 나오는데, 이를 부조로 만든 것이다.

금박 사이엔 푸른색과 보라색의 색감이 도드라진다. 난도가 높은 연주 부분에선 스트레스 파가 나오고, 연주가 잘 이뤄지는 지점이나 배영환의 감정 자극하는 가사가 흘러나올 땐 이완기 뇌파가 감지되는 것을 색깔로 표현한 것이다. 배영환은 “카지노 꽁 머니이나 뇌과학이나 스스로를 대상화하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해 뇌파를 측정해봤다”고 했다. 동양화로 미술 기초를 다진 화가답게 뇌파로 자신의 머릿속을 추상화한 것이다.
Mindscapes No 2 /BB&M갤러리
Mindscapes No 2 /BB&M갤러리
부서진 병 조각들과 그 위에 놓인 투박한 카지노 꽁 머니, LP 대신 돌덩이가 조용하지만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턴테이블이 설치된 ‘처음처럼’은 전시 하이라이트다. 레드 제플린이나 이글스 같은 옛 밴드의 영상에서나 볼 수 있을 트윈넥 카지노 꽁 머니가 눈길을 끈다. 도시 개발로 철거된 동네에 버려진 가구와 자개장을 수거해 배영환이 직접 제작했다. 그는 “2000년 이후 작업을 한꺼번에 뭉쳐놨다”고 했다.

옆에 놓인 턴테이블에 대해선 “두개골과 비슷한 모양의 돌덩이니까 내 머리나 마찬가지”라며 “편하게 말하면 자화상 같은 거다”라고 했다. 전시장 곳곳에 자신의 머릿속에서 흘러나온 뇌파로 만든 작품이 걸렸단 점에서 전시를 관통하는 핵심 오브제라 할 수 있다.
배영환 '처음처럼' /유승목 기자
배영환 '처음처럼' /유승목 기자
작품의 제작 방식이 남다르고 안에 담긴 메시지를 쉽게 파악하는 게 쉽지는 않다. 다만 흘러나오는 명곡들을 들으며 작품을 따라 내면을 관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양혜규, 이불, 김범 등 작가의 오랜 친구이자 카지노 꽁 머니 동시대 미술의 거장이 된 작가들도 전시장을 찾아 작품들을 눈여겨보고 갔다고 한다. 전시는 5월 4일까지.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