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엽 칼럼] '밸류업 드라이브' 생각해 볼 문제들
밸류업은 시대의 정의가 된 듯하다. 정부가 앞장서서 주주환원을 저평가 증시의 특효약처럼 팔고 있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등한시하는 기업과 경영자는 역적 취급이다. 질 나쁜 단타 행동주의 펀드들까지 옹호하는 분위기다. 메이저카지노quo;칼잡이’ 출신 금융감독원장은 상장폐지 카드를 흔들며 압박 중이다.

하지만 메이저카지노quo;주가=주주환원율의 함수’가 아니다. 고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은 단기 약발이라면 모를까 중장기적으로 독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래 투자 여력을 소진하는 신용도 악화 요인”(한국신용평가)이기도 하다. 메이저카지노quo;주주환원 천국’ 미국 증시가 잘 보여준다. 코카콜라는 63년 연속 배당금을 늘린 뉴욕증시의 메이저카지노quo;배당킹’이지만 10년 주가상승률이 50%에 그친다. S&P500(180%)의 반의반이다. 배당수익률 8%인 대표 배당주 메이시스백화점은 10년 새 3분의 1 토막 났다.

반면 무배당 회사의 성공 스토리는 지천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메이저카지노quo;노배당’을 고집했다. 재직 15년 내내 무배당으로 혁신자금을 충당하며 세계 최대 기업을 일궜다.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도 비슷하다. 1965년 창사 이후 무배당이지만 주가는 연평균 19.8%씩 뜀박질했다. 메이저카지노quo;1달러 투자해 1달러 이상 벌 수 있다면 배당은 불필요하다’는 게 버핏의 신조다.

메이저카지노quo;자사주 매입=주가 상승’도 참 명제가 아니다. 인텔은 세계 최고 반도체회사 등극 후 2000년부터 주주환원 전략으로 대전환해 자사주 매입에만 1300억달러(약 160조원)를 썼다. 결과는 신통찮다. 기업가치가 30% 이상 쪼그라들었고 압도적 위상도 봄눈 녹듯 사라졌다. 자사주 매입이 거의 없었던 TSMC는 같은 기간 기업가치를 10배 넘게 불려 주주들에게 환호받았다.

자사주 매입 탓에 존폐기로에 처한 기업도 적잖다. 메이저카지노quo;주주환원 끝판왕’ 보잉이 대표적이다. 21년 연속 흑자행진 하던 당대의 항공사는 2019년 단 한 해 적자에 자본이 완전히 잠식됐다. 메이저카지노quo;주주가치 극대화’ 슬로건을 내걸고 20년 동안 빚 내가며 자사주 소각에 매진해 스스로 메이저카지노quo;자본 버프’를 해체한 결과다. 스타벅스도 보잉과 비슷한 경로를 거쳐 메이저카지노quo;총자본 마이너스’로 빠졌다.

한국 증시의 낮은 주주환원은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메이저카지노quo;닥치고 배당·자사주’는 곤란하다. 주가는 기본적으로 수익성의 함수다. 각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주가순자산비율·PBR)은 대체로 수익성(자기자본이익률·ROE)과 일치한다. 최근 10년 미국(3.6배) 대만(2.1배) 영국(1.7배) 일본(1.4배)의 PBR 랭킹은 그대로 미국(14.9%) 대만(13.6%) 영국(9.6%) 일본(8.3%)의 ROE 순이다.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이 1.0배에 불과한 것도 자기자본이익률이 8.0%로 바닥이어서다. 일본의 밸류업 성공 역시 3년 연속 사상 최고를 기록한 기업 이익 덕분이다.

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인 ROE는 주주환원으로 자본 총량을 줄여도 높아진다. 바로 실패한 인텔과 보잉의 전략이다. 메이저카지노quo;돈 뿌려 성장하겠다’던 소득주도성장의 증시판이다.

ROE 관리의 정석은 모두가 아는 대로 투자 활성화다. 삼성전자는 2~3대를 이어온 과감한 투자에 힘입어 ROE 15%의 초일류 기업이 됐다. 그러다 메이저카지노quo;이재용 체제’가 본격 출범한 2014년 이후 주주환원을 강조하면서 미묘한 부침을 겪고 있다. 10년간 107조원을 배당과 자사주에 쏟아부어 주주친화 기업 타이틀을 얻었지만 세계 반도체업계 시가총액 1위에서 5위로 밀렸다. 그 큰돈으로 AI 반도체, 파운드리 등에 더 집중했더라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메이저카지노quo;영혼의 투자자’로 추앙받은 존 템플턴은 규제 완화, 온건한 노조, 낮은 세율, 재산권 존중 등을 투자 적합 국가의 조건으로 꼽았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