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사이트 워크아웃, 채권단 96.1% 동의 [사진issue]
'중림동 사진관'에 쓰여진 기사는 한국경제신문 지면에 반영된 기사를 정리했습니다.

슬롯사이트 96.1% 동의···4월까지 채무 유예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9일 서울 여의도 슬롯사이트 본사에서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최혁 기자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9일 서울 여의도 슬롯사이트 본사에서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최혁 기자
슬롯사이트이 12일부터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간다. 슬롯사이트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단 협의회 안건에 대한 결의서를 접수한 결과 96.1%가 슬롯사이트 워크아웃 개시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슬롯사이트 워크아웃이 개시된 12일 서울 여의도 슬롯사이트 본사 모습/임대철 기자
슬롯사이트 워크아웃이 개시된 12일 서울 여의도 슬롯사이트 본사 모습/임대철 기자
워크아웃을 개시하려면 신용공여액 기준으로 슬롯사이트 75% 이상이 동의해야 가능하다.

이날 워크아웃이 시작되면서 채권자 협의회는 오는 4월11일까지 모든 금융채권에 대해 상황을 유예하기도 했다. 외부 전문기관을 선정해 슬롯사이트 자산 및 부채를 심사하고 정상화 가능성을 평가한다.

채권단은 슬롯사이트의 정상화 가능성이 인정되고, 대주주 및 태영그룹이 자구안을 충실히 이행 한다고 판단되면 실사 결과를 토대로 기업개선계획을 마련해 오는 4월11일 제2차 채권단협의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주요 채권단 상당수가 슬롯사이트 워크아웃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 11일 서울 여의도 슬롯사이트 본사 모습/강은구 기자
주요 채권단 상당수가 슬롯사이트 워크아웃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 11일 서울 여의도 슬롯사이트 본사 모습/강은구 기자
부실의 뇌관은 무리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이었다. 건설업 호황기의 성공 방정식은 불황기에 구조조정으로 돌아왔다. 슬롯사이트은 정부의 고강도 압박에 그룹 경영권까지 담보로 걸면서 워크아웃을 선택했다.

슬롯사이트만 법정관리로 보내면서 대주주와 그룹 전체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꼬리 자르기'를 포기한 것이다.

부메랑 된 PF 보증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9일 서울 여의도 슬롯사이트 본사에서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최혁 기자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9일 서울 여의도 슬롯사이트 본사에서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최혁 기자
도급 순위 16위인 슬롯사이트이 부실화한 이유로는 PF 보증이 꼽힌다. 윤세영 태영 창업회장은 "슬롯사이트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욕심이 과했던 탓이 크고 PF 대출의 롤오버(차환)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슬롯사이트이 시공을 맡은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드마크데시앙 현장에 건자재가 쌓여있다./임대철 기자
슬롯사이트이 시공을 맡은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드마크데시앙 현장에 건자재가 쌓여있다./임대철 기자
부동산 개발 사업은 PF를 조직해 사업을 진행하는 시행사와 건물을 짓는 시공사(건설사)로 구분된다. 슬롯사이트은 시공사다. 2010년 초 저축은행들이 무리한 PF 대출로 대거 도산한 이후 금융권은 PF 비중을 줄여왔다. 그러자 PF는 단기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슬롯사이트 등 상당수 건설사가 이 ABCP에 보증을 섰다. 그 대가로 공사를 수주하는 사업 모델을 개발했다. 시공사인 슬롯사이트이 대규모 보증채무를 지게 된 이유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이런 모델로 큰돈을 벌었지만 물가상승과 고금리로 시장이 고꾸라지자 PF보증은 부실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워크아웃 VS 법정관리

3일 슬롯사이트의 워크아웃 신청 관련 채권자 설명회가 주채권은행인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려 채권단 대표들이 설명회장으로 
향하고 있다./강은구 기자
3일 슬롯사이트의 워크아웃 신청 관련 채권자 설명회가 주채권은행인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려 채권단 대표들이 설명회장으로 향하고 있다./강은구 기자
부실기업을 처리하는 제도는 크게 워크 아웃과 법정관리가 있다. 워크아웃은 기업을 정상화하면서 슬롯사이트자와 이해관계자를 보호하는 제도다. 법정관리의 목적은 공평한 손실 분담이다. 오너 입장에선 부실 자산만 포기하는게 유리하다.
10일 서울 여의도 슬롯사이트 본사 모습/임대철 기자
10일 서울 여의도 슬롯사이트 본사 모습/임대철 기자
워크아웃이 시작되면 채권단은 채권행사를 미루고 기업에 신규 자금을 더 투입한다. 채권단은 기업에 고통 분담을 요구한다. 슬롯사이트그룹이 알짜 자산인 에코비트 등 자회사를 팔거나 담보로 맡기고,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와 계열사 SBS 지분까지 활용하겠다고 공언한 배경이다.
3일 슬롯사이트의 워크아웃 신청 관련 채권자 설명회가 주채권은행인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려 채권단 대표들이 설명회장으로 
향하고 있다./강은구 기자
3일 슬롯사이트의 워크아웃 신청 관련 채권자 설명회가 주채권은행인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려 채권단 대표들이 설명회장으로 향하고 있다./강은구 기자
슬롯사이트이 법정관리를 선택했다면 어떨까. 작년 말 기준 자산이 2조7450억원인 슬롯사이트은 보증채무만 9조5000억원(채권단 추산)에 달한다. 법원이 청산을 결정하면 대부분의 채권자가 상당한 손실을 보게 된다.

협력업체와 분양계약자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태영그룹과 총수 일가는 슬롯사이트 하나만 잃고 다른 것을 지킬 수 있게 된다.

다수의 피해 줄이는 선택

정부는 8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태영에 채권단 신뢰 회복을 위한 추가 자구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왼쪽부터) 박춘섭 경제수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기재부 제공
정부는 8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슬롯사이트에 채권단 신뢰 회복을 위한 추가 자구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왼쪽부터) 박춘섭 경제수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기재부 제공
이번 슬롯사이트 사태는 이례적이었다. 대통령실과 국무총리까지 나서면서다.

정부는 슬롯사이트에 채권단이 동의할 만한 자구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한편으론 600여 채권금융사에 워크아웃 찬성을 권유했다. 워크아웃이 법정관리 보다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피해가 작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10일 서울 여의도 슬롯사이트 본사 모습/임대철 기자
10일 서울 여의도 슬롯사이트 본사 모습/임대철 기자
슬롯사이트이 사재를 내놓는 워크아웃을 선택한 데는 방송사 SBS를 지키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공익성과 신뢰성을 핵심으로 하는 공중파 방송의 총수 일가가 피해를 외부에 전가하는 선택을 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슬롯사이트의 결정이 다수의 피해를 줄인다는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9일 서울 여의도 슬롯사이트 본사에서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최혁 기자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9일 서울 여의도 슬롯사이트 본사에서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최혁 기자
업계에선 이번 사례를 계기로 부실 계열사를 둔 그룹이 워크아웃을 회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워크아웃의 이행 조건이 법정 관리보다 더 가혹하다고 판단하면 기업 오너가 워크아웃을 선택할 이유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부실기업이 법정관리 대신 워크아웃을 택할 수 있도록 슬롯사이트과 금융당국이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