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슬롯 관계자들은 이번 대입 개편안을 두고 ‘학생을 선발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수능에서 공통과목에 응시하고, 내신 등급체계가 간소화되면서 수능과 내신 모두 변별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온라인 슬롯가에선 “다양한 평가요소를 반영할 수 있도록 입학생 선발 과정에서 온라인 슬롯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0일 서울 소재 상위권 온라인 슬롯 입학처장 A교수는 “수능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융합형 교육과정을 도입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만, 이전보다 학생 간 차이를 파악하기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온라인 슬롯 입학처장 B교수는 “킬러문항이 없어져 수능 난이도가 낮아지고, 공통과목을 응시하게 돼 변별력이 낮아지는 가운데 정시로 40% 이상을 선발해야 해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온라인 슬롯 전형 설계의 자율성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A교수는 “최상위 온라인 슬롯들은 학생 선별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전형별 설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만기 유웨이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학생들을 변별하기 위해 온라인 슬롯별 고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주요 온라인 슬롯 중 상당수는 교육부가 국가교육위원회에 제안한 대로 ‘심화수학’이 절대평가 선택과목으로 도입되면 이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변별력을 더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울 한 온라인 슬롯의 입학처장을 맡고 있는 C교수는 “심화수학은 변별력 확보 목적으로도 필요하지만 온라인 슬롯 입학 후 공부에도 필수적인 내용”이라고 했다. 그는 “공대의 경우 고등학교 수학에서 미적분2, 기하를 정확하게 배우지 않은 학생이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서울대는 이번 개편안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천명선 서울대 입학처장은 이날 간담회를 열고 “서울대는 현재 시행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통해 정성적인 평가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내신 변별력이 감소해도 선발에 큰 변화가 필요하지 않다”며 “고교학점제에서 선택하는 과목을 학생이 얼마나 깊이 있게 공부했는지에 중점을 두고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