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미세화 경쟁은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넥스트 레벨’은 초저온·저전력 반도체입니다.”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이를 위한 필수 인프라인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빨아들이는 전력량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이다. 한 대기업 데이터센터에 1년간 투입되는 전력량이 웬만한 개발도상국의 1년 전체 사용량을 뛰어넘기도 한다. 미세화에 따른 효율성 저하와 온도 상승으로 인한 칩 화재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기술 패권이 칩의 온도를 낮추고 전력량을 적게 쓰는 초저온·저전력 반도체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장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사진)는 “칩을 작게 제작할 수 있지만 그만큼 전압을 떨어뜨리지 못해 칩이 뜨거워지는 ‘정적 전류’ 문제가 반도체업계의 가장 큰 난제”라며 “AI 연산에 특화한 초저온·저전력 경쟁력이 반도체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세화 경쟁이 한계에 직면한 것도 숙제다. 칩이 너무 작아지다 보니 스위치를 켜지 않아도 전류가 흐르거나, 전류가 회로 밖으로 넘어가버리는 ‘간섭 현상’이 발생한다. 이 같은 이유로 아예 새로운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반도체 온도를 영하 200도 이하로 낮추면 칩이 아무리 미세화돼도 간섭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양자컴퓨터에서도 초저온 반도체가 필수여서 연구에 매진 중이고, 성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강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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