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 NOW] 기업 사회공헌 핵심은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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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브랜드 액티비즘 내세우지만
비즈니스와 연관 마케팅 활동 많아
재소자 교화 등에도 관심 가져주길
김시래 동서대 객원교수·부시기획 부사장
비즈니스와 연관 마케팅 활동 많아
재소자 교화 등에도 관심 가져주길
김시래 동서대 객원교수·부시기획 부사장
![[김시래의 트렌드 NOW] 기업 사회공헌 핵심은 '메이저카지노'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7/07.32316562.1.jpg)
박은빈의 배려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배려다. 문득 지리산 구례 땅에 자리 잡은 운조루의 주인장이 떠올랐다. 운조루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자가 새겨진 쌀독이 있다. 집주인 류이주는 서른 가마가 넘는 쌀을 해마다 뒤주에 채웠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운조루의 미담은 그 때문이 아니다. 쌀을 가져가는 사람을 볼 수 없게 담장을 높이고 밥 짓는 연기가 밖에서 보이지 않게 굴뚝을 낮춘 때문이다. 이웃의 자존심을 먼저 생각한 속 깊은 주인의 배려였다. 이를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뒤주 속 쌀을 믿고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으며,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양보했다. 운조루의 배려는 상대를 한 번 더 생각하는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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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들의 순수성이다. 대부분 자신의 비즈니스와 연관시킨 마케팅 목적의 활동이다. 자신의 미래에 도움 되는 아이템을 지렛대 삼아 들어가는 비용을 큰 이익으로 돌려받겠다는 계산이다. 이 시대의 정보와 소비를 주도하는 MZ세대가 공공성에 민감하니 그들의 환심도 사고 기업의 안위도 지켜 ‘가재도 잡고 도랑도 치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는 재빠르고 영리해서 겉으로만 흉내 내는 기업의 포장술에 쉽사리 넘어가지 않는다. 이해타산 없이 상대를 돕는 마음이 배려의 기본이라면 이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도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
또 하나 생각해볼 것이 있다. 미래를 위해 친환경 투자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곁엔 음지에서 고통받는 힘 없는 이웃이 여전히 많다. 가려져 있는 재소자 문제도 그중 하나다. ‘비바람 맞으며 나 홀로 견디기 어려워 소리내어 울었네/창해 일속의 미약한 존재라지만 다시 일어나야하리/슬픔을 겪은 자만이 강인한 인생의 참다운 길을 걸으리.’ 시인을 꿈꾸는 한 재소자가 참회의 마음으로 쓴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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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활동을 도와줄 선의의 기업은 어디 없을까? 태어나는 아이들만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때의 실수로 격리됐다가 돌아오는 사람도 함께 살아야 할 엄연한 이웃이다. 그들의 안착과 정착도 우리 사회의 필연적 과제다. 배려의 참뜻을 살려 지금 당장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담장을 쌓고 굴뚝을 높여줄 기업의 진정성 어린 참여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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