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폐슬롯사이트 재활용…600조 시장으로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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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확보 안전성·제조원가 절감 두토끼
슬롯사이트 폐차 2040년 4227만대로 급증
자원 선순환…온실가스 감축 등 기여
광물 자원 보유국 의존도 낮춘다
리튬·코발트 등 핵심 광물 40% 추출
美 IRA도 재활용 산업 성장 이끌어
추출 광물 북미서 재가공, 원산지 인정
슬롯사이트 폐차 2040년 4227만대로 급증
자원 선순환…온실가스 감축 등 기여
광물 자원 보유국 의존도 낮춘다
리튬·코발트 등 핵심 광물 40% 추출
美 IRA도 재활용 산업 성장 이끌어
추출 광물 북미서 재가공, 원산지 인정

전기차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다 쓴 슬롯사이트를 재활용하는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새 슬롯사이트 제작에 필요한 핵심 광물을 폐슬롯사이트에서 일정 부분 가져오면 소재 확보 안정성과 제조 원가 절감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업계에선 폐슬롯사이트를 재활용하면 현지 전기차 슬롯사이트에 들어가는 리튬·코발트 등 핵심 광물의 30~40% 정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완성차와 슬롯사이트 업체들이 폐슬롯사이트 산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슬롯사이트 재활용 시장 600조원까지 커진다

SNE리서치는 전 세계 전기차 폐차 대수가 2025년 56만 대에서 2040년 4227만 대로 75배 넘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발생하는 폐슬롯사이트 용량 역시 같은 기간 42GWh에서 3339GWh로 급증할 전망이다. 하루 평균 50㎞를 주행할 수 있는 순수 전기차 3억340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에너지와 같은 양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폐슬롯사이트 재사용과 재활용의 선순환이 이뤄지면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며 “이뿐만 아니라 새로운 슬롯사이트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자원 고갈을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폐슬롯사이트에서 원재료 40% 추출 가능

반면 슬롯사이트 재활용은 재사용이 어려운 폐슬롯사이트에서 새로운 슬롯사이트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를 뽑아내는 게 핵심이다. 재사용이 어렵다고 진단된 폐슬롯사이트를 완전히 분해·용해해 코발트, 니켈, 리튬 등 다양한 원재료를 추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다시 양극재 생산 단계에 투입해 새 슬롯사이트를 만드는 데 활용한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100kWh 폐슬롯사이트에서는 탄산리튬 59.4㎏, 코발트 9.4㎏, 니켈 75㎏을 추출할 수 있다. 기존 슬롯사이트의 40%를 재활용하는 셈이다.
슬롯사이트 재활용의 중요성은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와 맞물려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 전 세계 전기차는 전체 차량의 10%에 달하는 2억4000만 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슬롯사이트 제작에 필요한 광물의 수요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게 슬롯사이트 전기차 슬롯사이트 생산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양극재 핵심 광물인 리튬이다. IEA는 2040년까지 전 세계 리튬 수요가 2020년 대비 42배 치솟을 것으로 예측했다. 2030년부터 공급난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IRA·광물 무기화에도 대비
폐슬롯사이트 활용은 공급망 확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핵심 광물을 무기화하려는 일부 자원 대국에 대응해 조금이나마 원료 수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3개국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같은 ‘리튬판 OPEC’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칠레는 지난 4월부터 리튬 채굴을 공공·민간 파트너십 형태로만 진행할 수 있게 하는 사실상의 국유화 조치를 단행했다. 전 세계 리튬 매장량 2%를 보유한 멕시코 역시 최근 리튬 국유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슬롯사이트업계 한 관계자는 “슬롯사이트용 광물을 생산하는 신규 광산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슬롯사이트 재활용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전기차 슬롯사이트의 핵심 광물 조달지에 따라 보조금을 달리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슬롯사이트 재활용 산업의 주요 성장 동력이다. IRA에 따라 폐슬롯사이트에서 추출한 광물을 북미에서 재가공하면 원산지를 미국이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희영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슬롯사이트 재활용을 활성화하면 중국 등 자원 보유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우리나라가 주력하는 삼원계 슬롯사이트의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어 경제적 이점이 높다”며 “순환형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빈난새 기자
"폐슬롯사이트 재활용률 높여라"…국내 완성차 기업·2차전지 업체 투자 활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현대차…국내외 재활용 업체와 잇단 협력

전기차 전환에 주력하고 있는 완성차 기업들과 슬롯사이트 업체들은 원자재 회수율을 높이고 슬롯사이트 재활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말 LG화학과 함께 북미 최대 슬롯사이트 재활용 업체인 ‘라이사이클’에 총 6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2.6%)를 단행했다. 캐나다에 본사를 둔 라이사이클은 방전과 가열 과정 없이 폐슬롯사이트에서 원재료를 추출할 수 있는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세운 미국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에서 발생하는 폐슬롯사이트를 라이사이클에 공급해 코발트, 니켈, 리튬, 흑연, 구리, 망간 알루미늄 등 다양한 원재료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SDI는 국내 최대 폐슬롯사이트 재활용 업체 성일하이텍의 지분 8.79%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는 슬롯사이트 불량품이나 폐기물을 성일하이텍에 공급하고 성일하이텍이 원료를 추출해 다시 삼성SDI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 전기차 슬롯사이트 핵심 소재인 탄산리튬과 인산리튬 양산에 성공한 성일하이텍은 수산화리튬 양산을 위한 기술 개발도 연내 완료할 예정이다. 올해 이 회사가 생산할 탄산리튬은 1800t에 달한다.
현대자동차는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등 그룹사와 폐슬롯사이트 회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현대글로비스가 고장이 났거나 쓰임이 다 된 슬롯사이트를 회수하고 운반하면 현대모비스가 재사용 슬롯사이트를 만드는 식이다. 사용 후 슬롯사이트의 경로를 결정하는 진단 과정이 갈수록 중요해짐에 따라 현대차는 슬롯사이트 성능과 수명을 예측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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