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 꽁 머니 시로 쓴 자서전…제 삶을 담았죠"
서정시인. 1998년 등단 직후부터 손택수(사진)에게 따라붙은 꼬리표다. 1970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물과 산을 벗 삼아 놀았다. 그때의 추억은 오래도록 그가 시를 쓰는 데 자양분 역할을 했다. 그렇게 목가적 정서와 도시의 애환을 아우르는 서정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런 점에서 최근 나온 그의 여섯 번째 시집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는 낯설다. 아름다운 낱말로 자연을 예찬하는 대신 직설적인 언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 삶의 그늘 속 이야기들을 담았다는 점에서 ‘바카라 꽁 머니 쓴 자서전’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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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갔던 일, 신춘문예에 지원하던 겨울 아침 날의 기억, 아내 배 속에 있던 아이의 죽음 등 밖에 잘 꺼내놓지 않았던 이야기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란 말처럼 바카라 꽁 머니 승화한 그의 삶은 모든 사람이 겪는 감정이자 시대의 아픔이다.

“시는 근본적으로 이름을 불러주는 명명 행위와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그늘 속 존재를 바라봐주는 게 시의 역할이죠. 그런데도 ‘시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제가 다루지 않은 주제가 너무 많았어요. 이번 시집에는 그동안 제가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던 것들을 쏙 바카라 꽁 머니습니다.”

형식도 확 바꿨다. 시적 은유와 상징, 압축미를 추구하던 것에서 좀 더 자유로워졌다. 16쪽에 이르는 짧은 소설 같은 시도 있다.

그는 “손택수에게 붙은 꼬리표를 떼고 싶었다”고 했다. “문학청년 시절로 돌아가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시를 썼습니다. 시를 쓰면서, 심사를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바카라 꽁 머니이 시’라고 규정했던 틀을 깨부수고, 시란 무엇이고 언어란 무엇인지 다시 질문을 던져보려 했습니다.”

시집 제목은 원래 ‘그 눈빛이 나의 말이다’로 지으려 했다. ‘죽음이 준 말’이란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조문을 가서 유족과 인사를 나눌 때면 늘 말문이 막힌다”로 시작하는 이 시는 “그럴 때 만난 눈빛들은 잘 잊히질 않는다/그 눈빛들이 나의 말이다”로 끝을 맺는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건이나 경험 앞에서 언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