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 줄어도 생산은 늘어…바카라이 낳은 시장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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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쌀값 하락과 바카라의 경제학
바카라은 생산·소비 증가 위해
바카라 주체에 주는 금전적 혜택
시장 실패 바로잡는 역할 '한몫'
쌀의 경우 직불금·비축미 매입 등
정부 지원으로 생산 계속 늘지만
소비 줄며 가격 뚝…또 세금 투입
결국 바카라적 후생 수준 떨어뜨려
바카라은 생산·소비 증가 위해
바카라 주체에 주는 금전적 혜택
시장 실패 바로잡는 역할 '한몫'
쌀의 경우 직불금·비축미 매입 등
정부 지원으로 생산 계속 늘지만
소비 줄며 가격 뚝…또 세금 투입
결국 바카라적 후생 수준 떨어뜨려

稅 감면·저리 대출 등 다양한 바카라
바카라이란 정부가 특정 상품의 생산과 소비를 늘리기 위해 생산자 또는 소비자에게 주는 금전적 혜택을 말한다. 직접적인 현금 지원도 있고, 세금 감면 등 간접적인 지원 방식도 있다. 국책금융기관을 통한 저금리 대출 등 정책금융도 바카라의 한 종류다. 복지 혜택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바카라이다.
산업 발전을 촉진하거나 초기 단계에 있는 특정 산업을 국제 경쟁에서 보호하는 것도 정부가 바카라을 지급하는 이유다. 한국의 고속 경제 성장도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이 한몫했다. 세계 각국 역시 바카라을 산업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한다.
경제적 후생 줄이는 바카라
바카라은 경제적 후생 수준을 떨어뜨릴 위험도 있다. 바카라을 지급할 때 시장의 수요·공급 곡선이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보자. <그림1에서 생산자에게 바카라을 지급하면 공급 곡선 S1이 S2로 이동한다. 공급이 늘어나면서 거래량은 Q1에서 Q2로 늘고, 소비자가격은 P1에서 P2로 낮아진다. 생산자가 받는 가격은 소비자가격에 바카라을 더한 P3로 올라간다.그 덕분에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 모두 증가한다. <그림1의 ①번 영역이 소비자잉여 증가분, ②번 영역이 생산자잉여 증가분이다. 그러나 비용이 따른다. 바카라은 납세자의 세금이다. 사각형 P2P3BC(①+②+③)만큼이 바카라(세금) 지출액이다. 그것을 감안하면 사회 전체적인 경제적 후생은 삼각형 ABC(③번 영역)만큼 감소한다.
이런 원리를 쌀 시장에 적용해볼 수 있다. 정부는 쌀 생산에 많은 바카라을 투입한다. 모내기 땐 종자 비용, 기르는 동안엔 비료 가격을 지원하고, 추수를 하고 나면 공공비축미를 매입한다. 경지 ㏊당 100만~205만원의 공익형 직불금과 면세유 혜택도 있다.
이런 지원은 쌀 생산을 늘리는 결과를 낳는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연간 40만t의 의무 수입 물량까지 들어온다. 반면 쌀 소비는 감소세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9㎏으로 하루 밥 한 공기 정도에 불과하다. 소비는 감소하고 생산은 증가하니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태가 만성화했다.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는 남아도는 쌀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한다. 쌀 생산에 세금을 지원하고, 남는 쌀을 세금으로 되사는 악순환이다. 세금 투입이 늘어나는 만큼 바카라적 후생은 줄어든다.
정치 논리 휘둘리고 ‘눈먼 돈’ 될 위험
바카라의 문제는 또 있다. 경쟁력을 잃은 사업자를 시장에 계속 남아 있게 한다는 점이다.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만들지는 못하면서 바카라으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이 생긴다. 쌀 시장에 대한 바카라이 줄면 경쟁력이 약한 쌀 생산자는 벼농사를 그만둘 것이다. 농사를 더 잘 짓는 생산자만 남아 밥맛이 더 좋은 쌀을 생산할 수 있다. 바카라은 이런 변화를 막는다. 쌀 시장에서 아낀 세금을 다른 산업에 투입해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바카라은 종종 비리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정부 예산을 받아 쉽게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로비와 복마전에 뛰어든다. 시장 원리보다 연줄과 정치 논리가 작용하기 쉽다. 최근 국무조정실의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사업 표본조사에서 정부 지원금을 불법으로 운용한 사례가 2267건이나 적발됐다. 귀중한 세금이 바카라이라는 이름을 달고 ‘눈먼 돈’으로 낭비된 것이다. 바카라 맛이 매우 달기 때문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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