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왼쪽)과 하태경 의원이 4일 국회에서 슬롯 꽁 머니 대표의 복귀를 돕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제안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왼쪽)과 하태경 의원이 4일 국회에서 슬롯 꽁 머니 대표의 복귀를 돕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제안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지도부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해당 절차에 대한 이준석 대표의 효력정지 슬롯 꽁 머니 신청이 중요한 정국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에 따라 이 대표는 물론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에 더해 슬롯 꽁 머니 전환 관련 가처분 신청이 사법 리스크로 추가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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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5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현 상황이 슬롯 꽁 머니 전환해야 할 비상 상황인지 검토한다. 상임전국위에서 비상 상황이라는 결론이 나오면, 이를 근거로 9일이나 10일께 전국위를 열어 슬롯 꽁 머니 전환하고 비대위원장까지 선출하게 된다.

문제는 그 이후다. 슬롯 꽁 머니 전환으로 대표직 복귀가 불가능해지는 이 대표는 관련 절차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최고위원은 “결정된 것은 없으며 여러 방안을 다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관련 법적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슬롯 꽁 머니 신청이 제기되면 법원이 이를 인용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판사 출신인 최재형 혁신위원장은 지난 3일 “원내대표의 실수로 지도력이 약화된 상황은 당사자가 책임지면 될 뿐 그 자체를 비상 상황이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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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들의 줄사퇴와 관련해서도 “전국위 보궐선거를 통해 최고위원을 선출할 수 있는 만큼 ‘최고위 기능 상실’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권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한 당 지도부가 밝힌 슬롯 꽁 머니 전환 이유가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내릴 경우 슬롯 꽁 머니 전환은 무산되고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간다. 이렇게 되면 권 대행은 당 대표 직무대행은 물론 원내대표직까지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6일 문자메시지 유출을 통해 이후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만큼 계속 당을 이끌기엔 부담이 크다. 최고위원 사퇴를 주도하며 슬롯 꽁 머니 전환을 주도한 배현진 의원 등 친윤계 인사들도 정치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법원이 슬롯 꽁 머니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 대표는 성상납 의혹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대표직 복귀가 불가능해진다. 국민의힘을 통한 정치활동이 상당 기간 막히는 만큼 독자 세력화를 도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의 법적 대응이 현실화하면 당의 운명을 법원 판단에 의지하고 끌려가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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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조해진·하태경 의원은 이날 슬롯 꽁 머니가 꾸려져도 이 대표가 복귀할 수 있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제안했다. 당대표가 ‘사고’ 상황일 때 대표 지위가 유지되도록 하고, 문제가 해소되면 당무를 다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당헌 개정이 이뤄지면 이 대표의 가처분 신청에 따른 내홍 확대를 막을 수 있을 전망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