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경보
호우경보




하늘에 한조각 먹구름이 일더니
흙먼지와 퍼런 낙엽을 휘몰아친다
번쩍 우르르 쾅쾅 번쩍 우르르
하늘도 땅도 산도 들도 온통 비
비정의 비 뿐이다


얼굴을 할퀴고 길을 덮어버리고
강뚝을 넘더니 산을 무너뜨린다
세상 모든 것-가로 막히는 것은
모두 쓸어버린다
날새도 길짐승도 잎사귀들도
숨을 죽인 채
아 이젠 끝인가 보다


날뛰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엄청난 위력에 한숨만 쉴 뿐이다
정갱이, 허리춤, 가슴, 목까지 차오르는
흙탕물을 참으며
쪽빛 하늘은 사라졌는가보다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이렇게 끝날 수야 없지 않은가


오호츠크해 차가운 북동기류와
태평양 습한 남서기류가 만드는 장마
장마철에 집중호우가 내리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
하느님의 크신 뜻이며
어차피 겪어야 할 홍역일진대
우리는 좀더 슬기로워야 한다
기다리고 대비하고 싸울
지혜와 힘과 용기를 길러야 한다


구 년 장마 뒤도 태양은 빛나는 것
비 개인 후의 산뜻함과
다져진 양심과 따뜻한 햇살과
보송보송함과 잔잔히 여울져 흐르는
우리가 갖고 싶어하는
강물을 기다리자


잠시 세월이 흐르면
바다는 바다대로
산은 산대로
그리고 사람은 사람대로
각자의 길을 갈 때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