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함장·부함장이 모두 동의해야 핵미사일이 발사된다는 점이다. 이른바 ‘2인 감시원칙(two-man rule)’이다. 미국 대통령이 움직일 때마다 군 보좌관(소령급 이상)이 들고 따라다니는 ‘핵바카라 게임(nuclear briefcase)’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일명 ‘비스킷’이라는 발사 비밀번호를 소지하지만 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도 갖고 있다. 이 중 1인이 동의해야 공격명령이 유효하다.
핵바카라 게임은 미국과 러시아에 있다. 프랑스도 있지만 공식적으론 부인한다. 미국 핵바카라 게임은 ‘뉴클리어 풋볼(Nuclear football)’ 또는 ‘풋볼’로 부른다. 1950년대 아이젠하워 대통령 때 처음 생겼고 현재 사용법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뒤 케네디 대통령이 만들었다. 제로할리버튼의 알루미늄 바카라 게임에 가죽을 입힌 것으로 무게는 18㎏에 이른다. 러시아도 1983년 안드로포프 서기장 때 핵바카라 게임 ‘체게트(Cheget)’를 만들었는데 바카라 게임은 미국산 쌤소나이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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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바카라 게임에 핵 발사버튼이 들어있진 않다. 휴대용 위성통신장비, 핵공격 옵션 책자(블랙북), 대통령 진위 식별카드, 안전벙커 리스트 및 행동지침 등이 담겨 있다. 전쟁 발발시 대통령과 수행 군보좌관이 바카라 게임을 열어 옵션을 확인한 뒤 새트컴(위성통신)과 비밀번호를 통해 15분 내 핵공격을 명할 수 있다.
미 대통령 이·취임식 때 핵바카라 게임을 넘긴다. 군통수권 이양의 상징적 절차다. 또한 해외방문 때면 예외없이 핵바카라 게임을 언론에 노출한다. 여차하면 세계에 배치된 핵탄두 1000여기를 발사할 수 있으니 딴짓 말라는 경고다. 핵바카라 게임과 달리 ‘핵배낭(backpack nuke)’은 소형 원자탄이다. 무게는 25~50㎏에 불과하지만 위력은 TNT 10~1000t에 이른다. 소련 붕괴 때 흘러나온 핵배낭이 일부 테러집단에 흘러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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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핵바카라 게임을 갖게 된 데 대해 미국 일부 주류 언론에서 불안감을 제기하고 있다. 미 언론들은 아직도 ‘미친 트럼프’로 묘사하고 싶은 모양이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