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서울! 고마워.”

10㎝가 넘는 눈이 내린 5일 저녁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은 영국 팝스타 무료 슬롯 머신(61)을 만나기 위해 모인 6000명의 관객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무료 슬롯 머신이 무대에 오른 건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늦게 시작된 오후 8시30분께. 몸에 달라붙는 티셔츠에 검정색 조끼, 빛바랜 블랙진을 입고 기타 하나를 멘 그가 걸어나오자 관객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환영했다. 무료 슬롯 머신은 능숙한 한국말로 ‘고마워’를 연발하며 특유의 재치 있는 무대 매너를 선보였다. 공연 내내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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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슬롯 머신 내한공연은 1998년과 2005년,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이번 내한공연은 솔로 활동 25주년을 맞아 ‘그룹 폴리스 시절 베이스로 돌아가자’는 의미의 ‘백 투 베이스(Back To Bass)’ 투어로 그의 오랜 음악 동반자들과 함께 5인조로 무대에 올랐다.

첫 무대는 ‘이프 아이 에버 루즈 마이 페이스 인 유’로 활기차게 시작됐다. 첫 곡을 마친 무료 슬롯 머신은 “눈이 이렇게 많이 왔는데도 공연에 와줘서 감사하다”며 관객에게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세 번째 곡으로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잉글리시 맨 인 뉴욕’이 바이올린 선율과 함께 시작되자 관객들은 크게 환호하며 다같이 따라 불렀다. ‘세븐 데이즈’를 부를 땐 무대의 맨 앞으로 나와 활보하며 기교 넘치는 기타 실력을 선보였다. 재즈와 블루스 리듬이 돋보이는 ‘헝 마이 헤드’를 부를 땐 차분하게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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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곡인 ‘엔드 오브 더 게임’을 부르기에 앞서 작은 여우 인형을 가지고 나와 “이 곡은 수컷 여우와 암컷 여우와 삶과 사랑, 그리고 죽음을 이야기한 노래”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의 음악 동반자인 아르헨티나 기타리스트 도미니크 밀러(52)를 비롯해 미국 드러머 비니 콜라이유타(56), 미국 키보디스트 데이비드 샌셔스(59), 일렉트릭 바이올리니스트 피터 티켈, 보컬 조 로리 등과 함께 무료 슬롯 머신에 올라 5인조 밴드 화음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돋보인 건 무료 슬롯 머신 변함없는 가창력. 요가와 채식으로 체력을 단련한다는 그는 90분간 쉴새없이 에너지를 뿜어냈다.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주제처럼 무대 장치는 단촐했지만 5인조가 뿜어내는 완벽한 호흡은 체조경기장 전체를 풍성하게 채웠다. 1977년 록밴드 더 폴리스의 보컬 겸 베이시스트로 데뷔한 스팅은 철학적인 가사, 서정적인 멜로디로 사랑받았다. 1987년 솔로로 첫 앨범을 낸 뒤 총 10억장의 음반 판매, 미국 그래미상 16차례(폴리스로 6차례, 솔로로 10차례) 수상 등의 화려한 경력을 쌓아왔다. 1993년 발표한 ‘텐 서머너스 테일스(Ten Summoner’s Tales)’에 수록된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가 영화 ‘레옹’의 OST로 삽입되면서 영화와 함께 큰 인기를 얻었다.

김보라 기자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