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북미에서 판매하는 일부 차량의 인증 슬롯 머신를 자발적으로 내린다. 그동안 미국에서 현대차의 슬롯 머신가 과장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다 최근 대규모 리콜설까지 나오면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일 현대·기아차는 북미 판매 2011~2013년형 모델 20개 차종 중 13종의 슬롯 머신를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2012년형 기준 평균 슬롯 머신는 미국 기준으로 기존 27mpg(마일/갤런)에서 26mpg로 내린다. 환산하면 당 0.5㎞가량 낮추는 셈이다. 베스트셀링 모델인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옵티마(국내명 K5)는 변경 대상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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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슬롯 머신 시험 절차상의 규정 해석과 시험환경 및 방법의 차이로 주행 저항 편차가 발견된 것”이라며 “미국 환경보호청의 검사 결과를 확인한 후 협의를 거쳐 자발적으로 슬롯 머신를 변경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주행저항 측정은 공기 저항, 타이어 구름 저항, 구동 계통 마찰 저항 등을 분석하는 것이다. 슬롯 머신는 인증 테스트 과정에서 시험 중량, 시험 중 차량 운전 방법, 데이터 분석 방법 등에서 미국 규정의 해석에 오류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올초 혼다는 ‘시빅 하이브리드’의 슬롯 머신 표시가 과장됐다며 미국 소비자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에서 패소해 1인당 100~200달러, 총 20만명에게 총 1억7000만달러(약 1900억원)를 배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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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북미 법인은 슬롯 머신 변경에 따라 해당 차량의 고객들에게 연료비 지원 등 적절한 수준의 보상을 할 계획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