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기후회의 폐막] 각국 정상들 말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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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인류편 아니다…자본주의 기후변화 불러"
"이제 24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만약 코펜하겐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한다면 지구상 모든 이들에게 재난이 될 것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코펜하겐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총회는 현란한 말들의 향연이었다. 각국 정상들은 기후변화 합의 당위성을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 역설했다. 하지만 이 같은 달변의 뒤에는 교묘하게 다른 나라에 책임을 떠넘기는 '말의 정치학'이 깔려있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정상들의 말 속에는 곳곳에서'뼈'가 담겨 있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금 시간은 인류의 편이 아니다"면서 "선진국들은 환경오염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깨달아야 하고 이들의 책임은 다른 국가보다 무겁고 그들의 감축안은 보다 대규모여야 한다"고 일갈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미국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의 1990년 대비 4% 감축안은 너무 미온적"이라며 "미국은 최소한 20%는 감축해야 한다"는 직설적인 표현을 구사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인류의 생존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마다의 좁은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말자"고 점잖게 말했지만 막상 영국이 특별하게 내놓은 양보카드는 없었다.
이번 회의에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자본주의는 파괴적인 모델이기 때문에 기후 변화가 생긴다"며 "사회주의로 기후변화를 막자"는 생뚱맞은 주장을 내세웠다. 사실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기후변화 대응보다는 자본주의 비판이라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이처럼 각국 대표들의 발언 속에 날카로운 책임전가만이 오가는 것을 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금은 상대방에게 손가락질할 때가 아니다"고 주의를 촉구했지만 회원국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한편 주요 외신들은 이번 총회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발언을 한 지도자로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가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한 인도양 섬나라 몰디브의 모하메드 나시드 대통령을 꼽았다. 하지만 "이번 회의는 우리에게 삶과 죽음이 걸린 문제"라는 그의 애절하고도 진솔한 발언은 화려한 수사의 홍수 속에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하고 묻혀버렸다.
김동욱 기자kimdw@hankyung.com
코펜하겐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총회는 현란한 말들의 향연이었다. 각국 정상들은 기후변화 합의 당위성을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 역설했다. 하지만 이 같은 달변의 뒤에는 교묘하게 다른 나라에 책임을 떠넘기는 '말의 정치학'이 깔려있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정상들의 말 속에는 곳곳에서'뼈'가 담겨 있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금 시간은 인류의 편이 아니다"면서 "선진국들은 환경오염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깨달아야 하고 이들의 책임은 다른 국가보다 무겁고 그들의 감축안은 보다 대규모여야 한다"고 일갈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미국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의 1990년 대비 4% 감축안은 너무 미온적"이라며 "미국은 최소한 20%는 감축해야 한다"는 직설적인 표현을 구사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인류의 생존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마다의 좁은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말자"고 점잖게 말했지만 막상 영국이 특별하게 내놓은 양보카드는 없었다.
이번 회의에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자본주의는 파괴적인 모델이기 때문에 기후 변화가 생긴다"며 "사회주의로 기후변화를 막자"는 생뚱맞은 주장을 내세웠다. 사실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기후변화 대응보다는 자본주의 비판이라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이처럼 각국 대표들의 발언 속에 날카로운 책임전가만이 오가는 것을 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금은 상대방에게 손가락질할 때가 아니다"고 주의를 촉구했지만 회원국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한편 주요 외신들은 이번 총회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발언을 한 지도자로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가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한 인도양 섬나라 몰디브의 모하메드 나시드 대통령을 꼽았다. 하지만 "이번 회의는 우리에게 삶과 죽음이 걸린 문제"라는 그의 애절하고도 진솔한 발언은 화려한 수사의 홍수 속에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하고 묻혀버렸다.
김동욱 기자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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