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임기를 막 시작한 이성태 한국은행 카지노 슬롯 머신 어깨는 역대 어느 총재보다 무거우리라 생각된다. 내부에선 그토록 고대하던 내부 승진이니 그에게 거는 기대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외부라고 다르지 않다. 오랜 만에 배출된 한은 출신 총재가 통화신용 정책의 기틀을 다시 한번 반듯하게 재정비해 주길 바라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눈앞에 닥친 일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구성이다. 이 총재는 이 과정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임명권자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균형 잡힌 통화신용 정책을 펴려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일이다. 아울러 상근 금통위원 운영 방식의 효율성에 대한 논란이 한은 안팎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은의 독립성 제고에 힘써 달라는 목소리가 큰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총재가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경제의 장기 흐름을 예상해 일관성 있는 통화 정책을 펴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총재가 누구보다 소신 있는 '한은 맨'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는 점이다. 물가 안정과 금융제도 전반을 책임 지는 중앙은행 본연의 시스템을 다잡는 데 적임임을 확신하는 이유다. 금융시장의 관심이 가장 큰 콜금리 결정 과정에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을 거듭 권하고 싶다. 세계 경제 환경이 급속히 변화하는 상황에서 금리만으로 정책 효과를 거두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이미 최근 몇 년간 충분히 학습하지 않았는가. 같은 맥락에서 저금리에 따른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콜금리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 이 총재는 취임 직후 "물가가 통화 정책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부동산 문제가 통화 정책의 한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당장 시장이 반응했다. 시중 금리는 어느 새 연 5%로 뛰어올랐다. 시장은 이미 늦어도 5~6월에는 이 총재가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꾀하기 위한 콜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분위기다. 단순히 금리 인상만으로 짧은 시간 내 부동산 시장을 잡을 수 있다는 유혹은 뿌리쳐야 한다. 다차원적인 환경 개선을 통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섣부른 콜금리 인상은 자칫 '코드 통화정책'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길 권해 본다. 한국은행의 신뢰 확보는 통화정책 전달 과정에서 금리와 총수요 간의 민감도(elasticity)를 끌어올리는 데도 중요하다. 정치와 인기에 영합해서 말과 정책을 바꾸거나 경제성장률과 같은 예측치 등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통화정책 방향을 언급하는 것은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액권 발행과 화폐의 거래 단위를 축소하는 원화 디노미네이션,아시아 단일통화 개발 등 인접 국가와의 금융 협력,그리고 각종 가중치와 산출 방식의 현실화를 골자로 한 통계개편 작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일도 중요하다. 임명장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이 총재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다 싶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한은 총재는 그만큼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한상춘 논설ㆍ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