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상품분야 협상에서 축산물과 열대 과일 등 한국측의 초민감 품목 관세 감축 폭을 둘러싸고 양측의 슬롯사이트이 좁혀지지 않아 최종 타결이 예정보다 늦어질 공산이 커졌다.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지난 6일부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FTA 체결을 위한 제10차 협상을 벌였으나 일부 품목의 관세 감축에 대한 슬롯사이트을 확인했다"며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측이 슬롯사이트을 보인 부분은 전체 5224개 품목 중 200개에 달하는 우리측 초민감 품목의 관세 감축 방식이다. 현재 합의돼 있는 관세인하 틀에 따르면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된 500여개 중 200개는 초민감 품목으로 △현행 관세 유지 △일정 물량(TRQ)만 관세 인하 △2016년까지 관세 50% 감축 △관세 20% 감축 △관세율 50% 이하 유지 등 5개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이 현행 관세율과 비교해 사실상 관세인하 효과가 없는 방식으로 가급적 품목 분류를 추진하려 했으나 아세안측이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배 국장은 "쌀 고추 마늘 양파 등 40여개 품목은 현행 관세 유지 방식를 적용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정리됐으나 축산물과 열대 과일 등을 둘러싸고 슬롯사이트이 있다"며 "아세안측 입장에선 초민감 품목인 자동차 철강 등에 대해 완전한 보호를 못 받는 상황이어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