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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최고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얘기하곤 한다.
베트남 전쟁 당시,하노이 포로수용소에 8년 동안 갇혀 지낸 스톡데일 장군의 이름에서 따온 이 말은 막연한 낙관주의를 버리고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크리스마스에는 아니면 부활절에는 석방되겠지 하는 희망을 가지면서 지내는 포로들은 상심해서 죽어갔으나,반대로 아직은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에 대비하는 사람들은 결국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가장 냉혹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것이 한 기업의 경영을 책임지는 CEO다.
신사업을 구상해야 하고,시장의 변화를 꿰뚫어 보아야 하고,자금을 조달해야 하고,기업의 가치를 올리면서 주가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적대적 M&A에 대한 공포는 항상 머리속을 맴돌고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에 대한 여론도 부담이다.
말 한마디 제대로 하기도 겁난다.
구설수나 스캔들에 휘말리기 십상이고 자칫하면 공시위반으로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경우도 없지 않아서다.
이런 까닭에 미국의 CEO들은 거개가 블로그를 갖고 있지 않다.
뉴욕 맨해튼의 빌딩숲에서 가장 늦게까지 불 켜져 있는 곳이 CEO 사무실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과로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지낸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미국 IT전문지인 실리콘 스트래티지는 최근 전세계 비즈니스 리더들이 CEO직을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보회사인 버슨-마스텔러 등의 조사결과를 보도한 이 신문은,특히 미국의 응답자 중 64%가 CEO직을 제의해 오면 거절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지난해 포천지(誌) 선정 1000대 기업임원들 가운데 60%가 CEO로 승진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응답한 경우와도 맥이 닿는 대목이다.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사생활을 갖지 못하는 CEO들이,경영능력과 전문지식은 물론 윤리문제까지도 종종 시험대에 오르곤 한다.
이제는 사장학(社長學)을 다시 써야 할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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