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바람길은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한강을 타고 들어와 중랑천과 탄천을 타고 남북으로 꺾여 나가는 형태로 형성돼 있지만 한강 연안 고층 빌딩에 막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배출되는 엄청난 오염 물질이 바람을 타고 흩어지지 못한 채 고스란히 쌓이고 있는 현실입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김운수 박사는 20일 "서울의 바람은 한강 연안에 밀집된 고층 건물에 막혀 도심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고 중랑천으로 가는 바람도 상계동 일대 아파트촌과 국지적 산바람에 의해 막힌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런 데도 서울의 도시 계획은 아직 초보적인 상태라고 그는 강조했다.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되는 고층 건물을 지을 때만 바람길에 대한 검토를 잠시 하고 넘어가는 정도라는 것.그나마 최근 들어 왕십리뉴타운 개발 계획 등에 조금씩 바람길의 개념이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김 박사는 아파트를 세울 때 탑상형 설계와 바람길에 따른 일자형 단지배치 방식을 적극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5ha 이상의 숲이 있는 구릉지를 개발해 아파트를 지을 때는 바람을 막지 않도록 아파트 동을 일렬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은 어차피 인구 1000만명의 고밀도 지역이라 개발을 제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기존 도심을 재개발·재건축하는 지역과 대단위 도시계획을 세우는 곳은 바람길을 고려해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서울시에서 당초 오는 2007년까지 각 지역의 미기후(微氣候·10㎡ 면적 내의 온도·습도·오존 수치 등 개별적 기후)가 표시된 '바람길 지도'를 만들기로 했었지만 예산 및 관심 부족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 지도가 완성되면 자연 지형과 건물 배치 등을 조화시켜 바람의 통로를 확보하면서 환경친화적인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