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25일에는 미국의 환율보고서가 발표된다.


최대 관심사는 중국이 과연 슬롯 머신 프로그램에 지정될 것인가 여부다.


일단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올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7000억달러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약 2000억달러를 중국이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결하기는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환율보고서는 각국이 통화가치를 시장에 의해 결정하지 않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인위적으로 개입해 자유무역질서를 왜곡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매년 발표하는 일종의 무역장벽보고서다.


환율은 교역국 통화와의 교환비율이기 때문에 경제여건을 무시하고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운용할 경우 다른 국가에 피해를 주는 근린궁핍화(Beggar my Neighbor)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미국의 환율보고서를 좀 더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서는 국제통화제도 변천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2차대전 이후 국제통화제도는 △브레튼 우즈 △스미소니언 △킹스턴 체제로 크게 구분된다.


지난 76년 열렸던 킹스턴 회담 이후 각국은 자국의 통화가치를 원칙적으로 외환수급에 의해 결정하기로 합의해 놓고 여전히 시장에 개입하는 국가가 많았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이런 국가를 대상으로 슬롯 머신 프로그램으로 지목,규제해 나가면서 자유무역을 창달하는 데 기여해 왔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이런 환율보고서를 미국의 이익과 철저하게 결부시켜 운용해 왔다는 점이다.


교역국에 대한 무역집적화지수가 높을수록 통상마찰지수가 낮아지고 슬롯 머신 프로그램으로 지정하지 않은 점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중국은 94년 위안화 가치를 이전 수준보다 무려 45% 평가절하한 '1달러=8.28위안'을 중심환율로 설정,운용해 왔다.


그 후 중국은 만성적인 적자국에서 대규모 흑자국으로 전환됐고,특히 미국과의 무역흑자가 늘어났다.


이번에 중국이 슬롯 머신 프로그램으로 지정될 경우 지금까지 위안화 절상문제를 놓고 벌여온 통화마찰이 본격적으로 무역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국가든 슬롯 머신 프로그램으로 지정되면 행정명령으로 발동되는 슈퍼 301조에 따라 미국 내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대해 100%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을 슬롯 머신 프로그램으로 지정할 것인가를 놓고 오랫동안 고민해 왔고,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던 중국이 올 7월 위안화 절상조치를 계기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떤 상황에 처하든간에 우리는 양대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 간 통화와 통상마찰 가능성에 대비해 놓아야 한다.


우선 미국으로부터 통상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에 대해 통상압력할 때는 국제무역상의 상호주의 원칙을 들어 우회기지로 우리에게 먼저 통상압력을 높이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정책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위안화 가치가 추가 절상될 경우 원화 가치의 강세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의 압력이 높아지면 중국도 다른 국가에 전가할 것으로 보이고,최대 적자국인 우리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놓아야 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