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정관계 정상화를 위한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엊그제 노사정관계 정상화를 위한 노사대토론회가 열렸다. 이에 앞서 지난달 하순에는 이해찬 국무총리가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그리고 김대환 노동장관을 총리공관으로 불러 노정관계 개선을 꾀했다. 지난 금요일에는 노사정 친목도모를 위한 테니스대회가 개최됐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액션들이 별로 약발을 받지 않고 있다. 정부가 빠진 채 열린 노사대토론회에서는 노사정관계를 개선시킬 여러가지 방안이 제시됐으나 꼬여있는 노정관계를 복원시킬 만한 묘책은 나오지 않았고 총리공관에서의 노정 만남 역시 노동계의 반발로 대화틀 마련에 실패하고 말았다. 테니스대회에는 이용득 위원장이 불참해 노사정대화를 은근히 기대했던 정부와 사용자측에 찬물을 끼얹었다. 노정관계가 꼬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말 한국노총이 김 장관 퇴진을 요구하면서부터다. 한국노총은 김태환 충주지부장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3권보장,비정규직법안 철폐 등을 요구하며 김 장관 퇴진을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한국노총의 주장에 동조했지만 퇴진이유가 약한 탓인지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노동계를 비난하던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노동계도 문제지만 정부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의 주장이 옳아서가 아니라 이를 처리하는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어서 나온 불만이다. 노동계는 노정관계가 악화된 이후 노사정위의 탈퇴 및 노동위원회의 불참에 이어 부산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국제노동기구(ILO) 아ㆍ태총회까지 무산시켰다. 노동계는 앞뒤 가리지 않는 전략으로 정부를 압박했고 결국 너죽고 나죽기 식의 '물귀신 작전'이 먹혀들어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노동계 탓만 하며 먼산 바라보듯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언제까지 노동계 탓만하고 있을 것인가. 이 총리가 뒤늦게 현실을 인식하고 양대노총을 불러 노정대화에 물꼬를 튼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다. 지금 노정관계 복원은 시급하다. 정부는 34개항에 걸친 노사로드맵을 올해내에 당장 개정해야 한다. 여기에다 비정규직법안과 노사정위 개편방안이 노사정간 조정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노동계와 정부 모두 관계복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노정간 앙금이 남아있다. 이는 이용득위원장과 김 장관의 개인적 성향이 충돌해 생긴 앙금이란 지적이 많다. 이 위원장이 한 건 올리듯 노정관계를 다뤄온 반면 김 장관은 법과 원칙에 의해서만 처리해온 경향이 짙다. 노정관계는 노사관계와 마찬가지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동반자적 인식이 중요하다. 신뢰를 위해선 감정을 움직이는 일부터 챙겨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노동계가 정부에 대해 불만을 품은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충주지부장 사망때 김 장관이 위로 전화를 하지 않은 게 문제의 발단이다. 조그만 일이 문제를 키운 것이다. 노정관계 복원을 위해선 정부와 노동계 모두 의식 전환이 절실하다. 김 장관과 이 위원장이 근로자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좀더 고민한다면 해법이 떠오를 것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