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논란에 휩싸인 이중섭 박수근 화백의 그림에 대해 검찰이 '가짜'로 잠정 결론지으면서 미술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미술애호가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두 화가의 유작 상당수가 가짜일 수 있다는 검찰의 판단에 따라 다른 화가들의 그림을 둘러싼 가짜 시비가 일면서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미술시장은 지난 10여년간 불황이 계속되면서 메이저 화랑들마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작시비 확산조짐=검찰의 위작발표가 나오자 일부 화랑에는 이중섭 박수근 화백 이외의 다른 화가 작품의 위작 여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 오고 있다. 특히 구입한 지 오래된 작품의 진위를 판정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어 화랑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강남의 한 화랑대표는 "위작 시비가 일자 진품으로 판정난 작품을 구입해간 고객이 재감정을 의뢰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더구나 그동안 전통 가상 바카라화 분야에서 주로 이뤄져온 모작 시도가 최근에는 현대화 분야로 번지고 있어 위작시비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인사동의 한 화랑대표는 최근 이중섭과 천경자 화백의 대표작격인 황소그림과 여인그림의 위작을 거래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얼마 전부터는 북한미술가의 주요작품을 모사한 가짜그림이 용산 등 일부지역에서 대량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술계 개선책= 위작 시비는 근본적으로 작품에 대한 '감정' 자체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미술계에서는 보고 있다. 평창동의 한 화랑 관계자는 유명 작가의 경우 외국의 사례처럼 전 작품을 수록한 도록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중섭과 박수근의 도록 조차 없는 실정이다. 또 작품마다 거래 장소와 일시 등을 적은 출품표와 '덧칠된 부분'이나 '캔버스 수리' 등 작품 상태를 기록한 보고서도 작성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위작의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미술품 거래시장의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가에 거래되는 작고화가나 유명 생존화가의 작품에만 매달리지 말고 젊고 유망한 신진화가를 발굴·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옥션의 대응책=지난 3월 이중섭 화백의 그림 4점을 경매로 팔아 위작시비를 일으켰던 서울옥션은 지난 7일 이호재 대표가 사임한 데 이어 8일에는 컬렉터와 미술계 인사 2000여명에게 사과문을 발송했다. 서울옥션은 사과문에서 "유족소장품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경매규정에 따라 거래를 진행했지만 본의 아니게 혼란을 야기하고 심려를 끼친 점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서울옥션은 '검찰발표에 대한 서울옥션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신문에 실을 방침이다. 한편 서울옥션측은 문제의 그림들이 경매되기 전 고객에게 해당 작품이 진위논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사전 통지했고 문제가 발생한 후 환불조치했다고 밝혔다. 서울옥션의 경매 약관에는 낙찰 후 3년 내 진품 보증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판매가 철회되고 낙찰대금과 수수료를 환불받도록 규정돼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