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 심리학자가 세계적인 학술지 논문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안창규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63) 와 같은 대학 심리학과에서 역시 교수로 재직 중인 딸 현의씨(35).


이들은 세계 각국 70여명의 심리학자들이 공동 명의로 사이언스지 7일자에 발표한 '49개 문화권에서 민족성과 평균 성격특성차의 관계'란 주제의 논문에서 한국측 연구자로 참여했다.


이 논문은 미국의 로버트 맥크레 박사가 창안한 성격 테스트인 'NEO-PI-R'가 서로 다른 민족성을 지닌 국가에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지 미국 중국 등 49개 문화권 3900여명을 대상으로 검증한 연구로 조사부터 논문 게재까지 꼬박 3년이 걸린 '대작'이다.


성격심리 전공인 안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NEO-PI-R 실험 권위자. 지난 2002년 맥크레 박사로부터 한국 현지 연구를 제의받은 안 교수는 역시 성격심리를 연구하는 동료 교수인 딸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들 부녀는 그해 300여명을 피험자로 섭외하는 등 연구를 거듭,민족성에 따라 사람의 성격도 다를 것이란 통념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기여했다.


은퇴를 1년 앞두고 있는 아버지 안 교수는 "딸과 함께 같은 학교에서 같은 분야를 연구한다는 것이 사실 큰 복"이라며 "부녀지간이자 동료이다 보니 연구에서도 흥이 배로 난다"고 말했다.


딸 현의씨도 "어릴 적부터 심리학자인 아버지의 연구 모습을 보고 자랐던 기억이 지금의 학문 활동의 큰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정용성 기자 h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