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걸어온 길


원 하나 되는 날도 올 텐데


어디쯤 왔을는지(…)


어쩌면


이 햇빛


이 냇물


이 푸른 천변을 끝해시 게임 바카라


남은 길


이미 다 써버렸을지 모른다


집에 가고 싶어도


점하나 찍을 자리밖에 안 남았을지 모르고


쑥부쟁이 밭에 혼자 흰 찔레꽃의


잔잔한 웃음 받는 것은


덤해시 게임 바카라 누리는 호사일지 모르고


-김태준 '천변에서'부분



< 이왈종 '제주생활의 중도(中道)'(목인 갤러리. 10월17일까지) >


연극인 이주실씨는 12년 동안 유방암과 사투를 벌여왔으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잘 웃는다고 한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목젖이 비틀어지도록' 웃느냐고 물으면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오늘 하루를 통째로 선물받았는데 어떻게 안 좋을 수가 있느냐'고.우리는 이미 우리가 갖고 있는 소중한 것들의 대부분을 잊고 산다.


식구들과 함께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것, 거리에 나가 바람을 맞으며 걷고 철따라 변하는 나무와 풀과 꽃을 보는 것.이런 것들을 제쳐두고 넓은 집이나 비싼 옷,고급 차를 소유하기 위해 시간을 소비한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면서도 엉뚱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 삶인가.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