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특허청장 jongkkim@kipo.go.kr >매일 사용하고 공기처럼 소중하지만 그 고마움을 잊고 사는 것이 있다. 언어가 바로 그렇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철학을 논하며,역사를 남긴다. 세상에는 5000여개의 언어가 있다고 한다. 지금도 언어영역 확장을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수많은 언어가 지구상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한글은 사용인구 기준으로 세계 13위권의 언어다. 학자들은 한글이 현존하는 언어들 중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언어라고 한다. 무려 8000개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어 400개의 중국어,300개의 일본어와는 큰 차이가 난다. 컴퓨터의 출현, 인터넷 시대의 도래로 사용이 편리하고 입력속도가 빠른 한글은 인터넷 언어로도 최적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보 70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서의 명성은 당연한 결과로 여겨진다. 그래서 국민들은 한글을 우리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는다. 잠시 15세기 중반으로 되돌아 가보자.세종대왕께서는 집현전 학자들에게 한글창제를 명하시고 또 몸소 경과를 점검하신다. 밤을 밝히며 연구에 몰두한 결과 한글이 탄생되는데, 그 구성이나 과학적 근거로 보아 신규성과 진보성이 탁월한 원천발명에 해당한다. 오늘날과 같은 특허제도가 있었다면,한글은 세종대왕과 8명의 연구직 국가공무원 공동의 '직무발명'으로서 그 권리는 국가 소유가 되었을 것이다. 임금께서는 집현전 학자들에게 특진과 같은 은전을 베푸셨을 것으로 짐작되는데,지금의 공무원 직무발명보상제도가 적용되는 사례였을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발명의 84%가 정부 기업 등에 고용된 연구자가 행하는 직무발명이다. 그러나 직무발명보상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은 19%에 불과하다. 보상의 절차와 기준이 불분명하여 사용자와 연구자가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경영계와 과학기술계 간 직무발명보상에 대한 이견으로 무려 5년간이나 입법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양측이 한발씩 양보하여 보상절차와 기준에 대한 발명진흥법 개정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경영계는 예측가능성이 높아져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갈 것이며,연구자들도 보상에 대한 기대로 연구성과를 높여 가게 될 것이다. 어제는 훈민정음 반포 559돌을 맞은 한글날이었다. 한글을 포함하여 세종조의 수많은 발명이 공무원 직무발명이었다면, 지금은 기업연구인력의 직무발명이 대종을 이룬다. 직무발명보상제도의 입법을 계기로 세종조와 같은 무수한 세계 최초,최고의 발명이 창출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