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즈(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두 명의 라이벌이 대화하는 모습은 대조적이다.


휴즈는 혼자지만 할리우드의 일급제작자 메이어는 늘 아첨꾼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또한 칩거 중인 휴즈가 알몸일 때 문 밖의 항공업계 거물 트립은 근사한 정장 차림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에비에이터'에서 보여주는 연출방식은 휴즈가 아웃사이더임을 금세 알도록 해준다.


할리우드의 흥행감독 겸 제작자이자 미국 항공산업의 선구자였던 하워드 휴즈의 젊은 시절을 다룬 이 전기영화는 '천재' 아웃사이더가 지닌 창조적 열정과 깊은 고독감을 형상화한 수작이다.


중심 소재이자 제명인 '비행사'는 모험과 고독을 상징하는 존재다.


비행사에 관한 영화를 연출·제작해 흥행에 대성공한 주인공은 실제 비행기로 관심을 옮겨 고속비행기록 경신,항공기 디자인,TWA항공사 인수 등에 참여하게 된다.


감독은 사회적 업적에 대한 찬사와 함께 괴팍한 성격 및 여배우들과의 스캔들에 대한 비난을 병치시킨다.


긍정적인 면모와 부정적인 면간의 간극이 심화될수록 이야기의 긴장감도 커진다.


완벽을 추구하는 성정은 사회적 성공의 견인차지만 극단적인 결벽증의 주원인이기도 하다.


문 손잡이의 세균 감염이 두려워 화장실에도 가지 않는 그는 결국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유폐시킨다.


보통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운 천재의 숙명을 대변하는 장면이다.


동시에 모든 사람에게 찬란한 시절은 짧은 순간이라는 메시지도 전한다.


화려한 여성편력은 영화와 항공업계에서 보여준 모험심의 발로다.


그의 연인이었던 할리우드 여배우 진 할로(그웬 스테파니),에바 가드너(케이트 베킨세일),캐서린 햅번(케이트 블란쳇) 등은 그러나 고분고분하지 않으며 결국 자신의 길로 떠나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여성편력은 사실 고독의 다른 모습일 뿐이다.


여성들과의 결별 사유는 햅번의 언급에서 유추할 수 있다.


비범하면서도 예민한 햅번은 휴즈와 가장 닮은 연인이었지만 유부남 스펜서 트레이시를 선택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보다는 자신을 사랑해 주는 남자를 원한다는 말을 남긴 채.


휴즈와 햅번이 항공기에서 굽어보는 LA 풍경은 유일하게 푸근한 느낌을 자아내는 비행장면이지만 휴즈의 전성기만큼이나 짧다.


휴즈의 비행기가 곤두박질하면서 가옥 지붕들을 뜯어내는 액션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18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