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싼샤(三峽)댐에 물을 가두기 시작했던 1일.관영 CCTV는 새벽부터 댐 수위상황과 건설과정,주민이주 등을 현장 보도했다. 양쯔(揚子)강 허리에 세워진 댐에 올라 '세계 최대' '인민 기술의 승리'등의 말을 전하는 기자들 얼굴에는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CCTV를 지켜보면서 지난 98년 여름 발생했던 양쯔강 대홍수를 떠올리게 된다. 당시 홍수는 공업도시 우한(武漢)을 범람의 공포로 몰아넣었고,카지노 토토중심지 상하이를 위협할 정도였다. 당연히 세계 이목이 양쯔강에 몰렸다. 홍수에 밀리던 중국이 마지막으로 꺼낸 카드는 군(軍)을 통한 인해전술(人海戰術)이었다. 군인들은 총 대신 삽과 마대를 메고 '홍수 전쟁'에 투입됐다. 그들은 제방이 터질 위기에 처하자 물에 뛰어들어 '인간 둑'을 만들었다. 중국 신문은 서로 팔짱을 끼고 거친 물살을 막아내던 '인간 둑'사진을 실었다. '중국식 치수(治水)'를 보여준 장면이다. '치수'는 중국 역대 황제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황허(黃河)나 양쯔강 범람으로 수천명이 하루아침에 쓸려나가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황제들의 치수 전통은 현대에 이어졌다. 현대 중국을 열었던 쑨원(孫文)은 지난 1924년 민생(民生)정치 실현을 위해 양쯔강에 댐을 건설하겠다는 '싼샤댐'구상을 발표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지난 50년대 거의 매년 덩샤오핑(鄧小平) 저우언라이(周恩來)등을 대동하고 싼샤지역을 시찰했다. 공산당 '황제'들의 치수에 대한 열정에 힘입어 지난 92년 싼샤댐 사업이 전인대(의회)에서 확정됐고,오늘에 이르렀다. 중국은 싼샤댐의 가장 큰 효과를 '홍수 방지'라고 강조한다. 이제야 양쯔강지역 주민들이 소나기 속에서도 마음 편히 잠을 잘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들은 "역대 어느 왕조도 해내지 못한 완벽한 치수를 공산당 정권이 해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싼샤댐 물 가두기가 시작됨으로써 이제 '인간 제방'을 쌓는 코미디같은 일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안되면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는 '중국식 치수'가 댐 기술에 힘입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