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들어 자주 등장하는 외래어를 꼽으라면 '온라인 바카라(cluster)'라는 단어를 빼놓기 어렵다.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논의에서도 온라인 바카라가 핵심용어로 자리잡고 있다. 지역발전 논의에서는 온라인 바카라 아니면 아예 알맹이가 없을 정도고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문화관광부 등 각 부처 지역관련 정책들도 온통 온라인 바카라를 하겠다고 한다. 우리말로 군집 혹은 집적 등으로 번역될 온라인 바카라가 강조되는 것을 보면 전통적인 산업단지와는 뭔가 다르다는 것은 눈치챌 수 있다. 실제로 온라인 바카라는 단순한 집합체에 불과한 산업집적(agglomeration)과는 엄연히 다르다. 온라인 바카라는 생산업체뿐만 아니라 부품공급 업체, 금융 컨설팅 등 서비스제공업체, 협회, 연구소, 대학 등이 일정 지역에 모여 생산 연구개발 전략적 제휴 등 상호작용을 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집적지를 뜻한다. 그런데 19세기 앨프리드 마셜을 비롯해 수많은 경제지리학자들이 주장한 입지논리는 다 어디가고 갑작스레 온라인 바카라가 부상하는 것일까. 온라인 바카라는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라는 설명을 우선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 산업입지 논리는 수송비 등 생산비용이 중시됐던 20세기형 산업구조에서나 통하는 것이고, 기술 지식 경쟁력이 주목받는 21세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식기반 경제에 적합한 입지이론이 바로 온라인 바카라라는 얘기다. 온라인 바카라의 유래를 따지기 위해서는 마이클 포터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90년 '국가의 경쟁우위론'에서 다이아몬드 모델을 통해 온라인 바카라가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라고 강조했다. 어쨌든 94년부터 미국 실리콘밸리 진화 과정이 회자되면서 온라인 바카라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96년 온라인 바카라를 국가혁신체제 항목에 포함시켰다. 이 때부터 정책적으로도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온라인 바카라가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사실 몇 년이 안된다. 그럼에도 벌써 전세계적으로 1천2백여개에 이를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여기엔 여러 해석이 있다. 정보기술(IT)·바이오기술(BT) 등 신산업의 육성 붐과 맞물렸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다국적 기업 등 외자유치를 위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 경쟁과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막대한 투자를 할 여력이 없는 각국 정부의 불가피한 선택이란 주장이 있는가 하면,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이 정부의 직접적 지원을 제한함에 따라 이것밖에 할게 없다는 해석도 있다. 어쨌든 각국 정부가 추진 중인 것까지 포함하면 세계의 온라인 바카라 수는 수천개에 이를 정도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그렇다. 중앙과 지방정부가 내놓은 온라인 바카라 계획만도 수십개에 이른다. 그래선지 '온라인 바카라 거품'에 대한 논쟁도 있다. 몇 개월 전 뉴스위크지는 특히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경쟁적인 정부 주도 온라인 바카라 조성사업을 '아직도 터지지 않은 하이테크 버블'로 묘사했다. 단순히 그럴듯한 물리적 집합을 건설하는 것과 진정한 온라인 바카라는 거리가 아주 멀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바카라 접근방식은 지역별로 특정산업을 선정하고 지원하는 하향식과 시장주도 온라인 바카라 형성이 용이하도록 시장의 불완전성을 제거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상향식이 있다. 수많은 온라인 바카라중 그리 많지 않은 성공사례들은 대개 후자 쪽이다. 그것이 온라인 바카라의 본질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정부주도가 모두 실패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주도 온라인 바카라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정부에 대한 신뢰다. 그리고 온라인 바카라는 산업정책 지역정책 과학기술정책 등이 모두 관련돼 있어 종합적인 시각에서 조정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경우에도 지역 혁신주체들의 자립의지가 대단히 중요하다. 최근 들어 온라인 바카라를 보완하는 논리도 등장했다. 제도적 환경이 얼마나 혁신적이냐에 주목하는 '지역혁신 체제론', 신뢰와 규범이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자본론' 등이다. 본질을 보지 못하고 외양만 강조하다가는 온라인 바카라가 허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