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사임을 몰고 온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의 현장인 워터게이트호텔이 30여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지난달 31일 모뉴먼트 리얼티라는 워싱턴의 부동산 회사가 워터게이트호텔을 매입,주거용 고급 콘도미니엄으로 재건축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모뉴먼트 리얼티는 5천5백만달러를 주고 이 호텔을 사들일 예정인데 용도변경 허가를 받으면 2004년 가을께부터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호텔은 그 때까지만 운영되고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2005년 중반께 고급 콘도미니엄으로 바뀌게 된다. 방 3개짜리 콘도미니엄 가격은 최고 2백만달러로 예상된다. 지난 70년대 초 완공된 워터게이트호텔은 워터게이트 주상복합 건물의 일부로 호텔 외에도 아파트 3동과 사무실 빌딩 2개를 갖추고 있다. 워싱턴을 감싸고 도는 포토맥강의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데다 도청사건의 역사적 현장이라는 점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호텔이다. 워터게이트란 지난 72년 6월12일 이 호텔에 들어 있던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5명의 괴한이 침입,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붙잡혔고 그 배후에 재선을 노리던 닉슨 대통령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결국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몰고 온 사건을 말한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