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를 중심으로 한 도쿄증시의 장기 주가하락이 일본 생명보험업계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최근 2002회계연도 결산실적을 공개한 10개 대형 생명보험사들 중 경영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불여력 비율이 작년보다 높아진 곳은 2개사에 불과했을 뿐 나머지 8개사가 모두 뒷걸음질을 면치 못했다. 지불여력 비율이 떨어진 것은 생보사들의 보유 주식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거액의 평가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생보사들은 자산운용에서도 1조1천6백억엔 이상의 역마진을 안은 것으로 밝혀져 증시 침체와 초저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안정 기반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0개 대형 생보사들의 주식평가손실은 전년 대비 약 20% 늘어난 1조7천5백21억엔에 달했다. 업체별로는 니혼생명이 최대 규모인 4천9백57억엔의 평가손실을 낸 데 이어 다이이치가 3천6백99억엔,스미토모가 3천2백56억엔의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평가손실 확대에는 생보사들이 민간은행과 상호출자 형태로 보유 중인 은행주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쇄 하락한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10개 생보사들이 보유한 은행주 잔액은 3월말 기준 6조3천7백17억엔에 이르고 있으며 은행들은 기금(주식회사의 자본금에 해당) 형태로 생보사들에 1조8천2백30억엔을 투입해 놓고 있다. 다이이치 등 상당수 생보사들은 단체보험의 배당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금 적립금 등 내부유보금을 헐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은 일본 정부가 생보사들의 경영 파탄을 막기 위해 예정이율 인하를 허용하는 법률개정 작업을 진행 중인 데 발맞춰 기존 계약의 예정 이율을 낮추는 업체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