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을 막아야할 정보통신부의 홈페이지가 오히려 해킹을 당했다.

지난 26일 인터넷 내용등급제 도입을 반대하는 네티즌들로 추정되는 해커들에 의해 서비스가 10시간이나 중단됐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정통부가 사이버테러에 대비, 모의훈련을 실시한 날이었다.

정통부 홈페이지에는 27일에도 내용등급제에 반대하는 글이 3백여건이나 게재됐다.

네티즌들은 "정부가 내용을 검열한다거나 내용등급을 표시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며 정통부 홈페이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내용등급제가 포함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또하나의 국가보안법''이라고 비난하는 글,정통부를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독재자 ''빅 브러더''에 비유하는 글 등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정통부는 이번 사건으로 체면을 구겼다.

정통부는 해킹, 바이러스 유포 등 사이버테러가 사회문제로 비화되자 지난달 산하기관의 정보보호책임자들을 불러 대책회의를 열었다.

또 ''해킹 등 사이버테러 방지를 위한 정보보호대책''을 마련해 공공기관 협회 등에 시달했다.

정통부는 이번 사건을 해킹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수백, 수천명의 동시접속으로 홈페이지가 마비된다면 무슨 낯으로 해킹을 막으라고 큰소리 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정부의 중요 전산시설이 이 정도의 공격만으로도 마비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법률개정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

정통부는 소수든 다수든 네티즌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했어야 옳다.

한 네티즌이 지적했듯이 인터넷의 속성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채 개정안을 만들어 밀어붙이려 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네티즌들에게도 잘못이 있다.

정통부 홈페이지 게시판을 보면 그야말로 돌멩이와 화염병이 난무했던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이곳에서는 반말은 예사고 온갖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감정이 격해졌기 때문이라고 변명할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의사표현방식은 무법천지와 다름없다.

특히 정부의 중요 웹사이트를 공격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될 수 없다고 본다.

김광현 정보과학부 기자 khkim@hankyung.com